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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88) 한밤중 바다에서 죽음과 싸운 4시간의 사투 (2)
2007/02/21 00:00
입력 조회수 : 690
[세상엿보기] (88) 한밤중 바다에서 죽음과 싸운 4시간의 사투 (2)
우연한 기회에 실미도 취재길에 나섰다가 바다 한가운데서 죽음의 체험을 한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전후좌우를 아무리 달려봐도 사방이 온통 바다로 꽉막혀 내가 살아나갈 곳은 단 한군데도 없는 죽음의 순간. 저승사자가 사방에서 나를 잡아가려고 물샐틈 없는 스크럼을 짜고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듯한 참으로 기가 막히고 귀신이 곡할 일이 내 앞에 현실로 닥쳤다.
갯벌속으로 한밤에 뛰어 들어갔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살행위다.
그것도 수영도 못하는 내가....
바다를 구경만 했지 갯벌에 들어가 본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전혀 몰랐다.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드는 순간 나는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마치 강렬한 그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밀물이 밀려오는 쪽을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했지 밀물을 등지고 파도에 실려 나갈 생각을 못했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의 방향을 분간하지 못해 아스라이 보이는 불빛을 내가 돌아갈 해안으로 잘못 보고 계속 전진을 했지만 사실은 가는 쪽의 오른쪽에서 나오는 불빛이 내가 처음 출발한 바로 그 해수욕장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한없이 빨려 들어가듯 왼쪽으로 방향을 계속 틀면서 나아갔기 때문에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태까지 가고 말았다.
머리 위를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갈매기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날 보고 "날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바다 가운데서 허우적거리고 있느냐"며 약을 올리듯 내지르는 '끼이익 끼이익~' 소리가 소름끼치도록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공포에 떨 여유가 없었다.
나의 모든 에너지를 한점 한올 남김없이 몽땅 쏟아내 지혜를 짜내고 모아야 했기에 절망할 여유가 없었다.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고 나의 모든 에너지를 100% 다 쏟아 부어야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이 절대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바다 속에 가라앉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하는 터럭 같은 생각하나, 움직이는 행동 하나가 너무나도 엄숙하고 숙연해서 그 모습을 차마 누가 옆에 숨어 지켜본다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나를 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을 못하고 꽁꽁 얼어붙어 버렸을 것이다.
단 일초라도 딴생각, 잡생각에 빠지거나 그냥 막연하게 누군가가 나타나 죽어가는 나를 살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빛 약한 손전등 후레시만 흔들어 댔다면 그 방심한 일초사이에 내 인생은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그 순간 단 1초라도 겁에 질려 절망하거나 침착성을 잃었다면 그 즉시 바다물 속에 가라앉아 지금쯤 내 몸은 고래밥이 되었을 것이다.
만감이 교차하는 그 상황속에서 1초는 평소의 한시간 아니 그 보다도 더 길고 많은 생각을 할수 있고 1초는 커녕 찰라의 순간도 낭비할수 없는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고 지혜를 모으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몸에 밴 지혜와 행동과 생각들이 내공처럼 쌓이고 쌓이면 이번같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돌발 위기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 © 피플코리아
평소 좌우명이 죽는 순간 내 일생을 되돌아보아서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그런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난 과거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아니고 오직 지금 이 순간 닥친 현실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천수를 누리고 살아봤자 100년도 안되는 이승에서의 내 인생을 단 일초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과거가 아무리 화려하고 잘나가는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지 나의 화려했던 과거일 뿐 현재가 아니다.
그러기에 과거에 매달려 천금보다 더 아까운 지금의 현실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같이 비록 내가 천길 바다 속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천우신조로 살아나는 기적을 체험했다 할지라도 그 역시 이미 지난 과거일 뿐 현재가 아니다.
그럼으로 그런 과거를 평생 두고두고 떠올리며 악몽에 떨고 운이 좋았다며 감상에 젖을 필요가 내게는 없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물론 과거의 비참했던 시절도 눈앞에 닥친 현실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깨끗이 잊어버리는 성격이다.
친구를 만나면 속된 말로 아무리 날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도 난 3초만 지나면 잊어버리고 지금 다가온 현실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내게 지난 과거를 인연삼아 이야기 하려들지 말라고 말을 하곤 한다.
어쩌면 나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그런 관념들이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빠져 죽어가는 순간 속에서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순간의 기지와 지혜를 모아 살아날 수 있는 힘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물속에서 손발을 움직여 가라앉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계속 하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예수님은 바다 위를 걸어서도 건넜는데 이까짓 바다위에 몸이 가라앉아 머리만 내밀고 살아나는 것쯤이야 내게 주어진 능력과 지혜를 짜내고 또 짜낸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도 모르게 나를 엄습해오는 공포를 몰아냈다.
그리고 내 삶의 좌우명인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죽는다 해도 돌아본 내 삶이 결코 후회스럽거나 헛되지 않았다는 강한 자부심과 넘치는 뿌듯함이 망망대해서 살아나갈 수 있는 초인적 괴력을 발휘 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평소에 나는 습관처럼 지껄이곤 했다.
비록 내일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져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어제 살아온 것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생각을 늘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이 무엇인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를 무기로 내가 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보람있는 빛과 소금 같은 일이 무엇인가 늘 고민하고 생각해왔다.
그런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라고 자부해왔다.
그것은 다름아닌 밝고 건전한 세상을 꿈꾸는 일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이다.
나는 지금 피플코리아를 운영하면서 그 꿈을 열심히 일궈 나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 가족의 안위와 현실의 울타리 속에서 돈버는 일에 매달려 살아가는 요즘 세태로 보면 난 분명 이방인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비록 내가 하는 일이 지금 당장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혼탁한 우리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밝고 건전한 쪽으로 가는 나침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확신했기 때문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걸어왔다.
그러기에 내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내 자부심과 충만함은 하늘을 찌른다.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총을 내 목에 겨눠도 굽히지 않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무지렁이 무능력자라 해도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마음으로 용서를 빌어 왔다.
그런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무서우리만큼 고집스러운 나의 그런 소신과 평소 생활 철학이 극한위기 상황 속에서 빛을 발하여 물 속에서 가라앉아 가면서도 나를 당황하지 않게 했고, 나를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게 했고, 결국은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헤치고 다시 살아나올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내가 위기 속에서 사투를 벌인 그 지점은 바로 실미도 훈련병들이 3년4개월간 지옥훈련을 받은 그 자리였다.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한 젊은 목숨들이 억울하게 죽어간 그 자리에서 내가 살아났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는 엄청난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국가의 약속을 믿고 국가가 불러서 실미도에 갔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간첩으로, 범법자로 폭도로 몰려 시대의 희생양으로 죽어간 영혼들이 구천에 떠돌고 있을 그 자리에서 그들의 적개심과 분노심이 발동하여 생사람도 바다 한가운데로 끌고 가 죽였을 법한데 나는 오히려 바다 한가운데서 4시간의 사투 끝에 무사히 살아나왔으니 세상에 이런 기적을 체험했다는 것은 어쩌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일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어떤 유가족이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을 보고 말했다.
자기는 담대하고 통이 크고 겁이 없는 사람이지만 혼자서는, 특히 밤에는 그곳 실미도를 불쌍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혼령들이 무서워서 가지 못한다고,,, 그
런데 김기자가 거기서 위험에 빠져 죽음의 체험을 하고도 살아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을 받았음이 틀림없다고...
그말을 듣고 순간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그들이 처절하게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는 지옥훈련을 받았던 그 자리에서 내가 그들과 똑같은 입장이 되어 그들이 했던 죽음의 체험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미도 해상에서 죽음의 체험을 한 지 5일이 지난 지금 나는 체중이 5kg이나 줄었다.
키 166cm에 몸무게 55kg이던 가냘픈 내 몸은 더욱 줄어들어 체중계에 올라보니 저울 눈금은 50kg을 겨우 넘어갔다.
처절한 4시간의 사투가 5kg이나 내 체중이 빠지도록 피말리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그 일을 당한지 5일째가 되었지만 아직도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잠들려 하면 악몽에서 시달리고 있다.
초인적 정신력으로 침착함을 잃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오히려 몸이 놀란 모양이다.
그물 끝에 매달린 부표를 떼어내기 위해 동아줄같이 굵은 그물상단의 밧줄을 잡고 양 손과 양 발로 비비고 당기고 실갱이를 하느라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5일이 지난 아직까지 물렁한 김치 한조각도 아파서 씹지 못할 정도로 가뜩이나 안 좋은 이빨이 더욱 망가져 버렸다.
우황청심환을 먹어도 진정되지 않을 만큼 내 몸은 충격을 받았고 그 후유증이 내 몸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고 마음은 뿌듯하다.
내가 사지에서 살아나올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내 살아온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실미도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684훈련병들도 그랬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 초개같이 목숨 바쳐 애국했다는 자부심이 넘쳐 뿌듯했을 것이다.
그런 자부심과 철철 흘러넘치는 애국심이 그들을 3년 4개월이라는 길고도 지루한 지옥훈련을 받으면서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그들을 역사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을 간첩으로 몰았고 마지막 살아남은 4명의 최후 생존자들마저 역사의 진실을 밝힐 기회조차 한번 주지 않고 사형을 집행해 진실을 영원히 은폐해 버렸다.
이제 국가는 실미도 684부대의 은폐된 역사의 진실을 한점 의혹없이 모두 밝혀야 한다.
억울하게 죽어간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가족들에게 그들의 시신을 찾아 인도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 기자는 실미도 죽음의 체험을 계기로 이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
2004년 09월04일 17시24분.
피플코리아 홈으로 바로가기
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클릭이사람 취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
김명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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