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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5) 비오는 날 공치는 날
2007/01/13 00:00
입력 조회수 : 867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5) 비오는 날 공치는 날
2004년 02월 21일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노가다판에서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온다던 친구 봉희가 새벽에 왔다.
이곳 공사판 일에 합류한 것이다.
철근 전문 친구가 이곳에서 무슨 일을 맡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친구 박사장이 아마 장비담당을 맡길 것 같다.
공사현장 차도에 설치한 드럼통이 바람에 넘어지지나 않았는지 아침부터 걱정이 되었다.
아침 식사를 하자 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살펴 보았으나 다행이 한개도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삼공일을 하는 두 사람은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며 오전에 집에 가버렸다.
일당제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막장 인생들에게 비가 오는 날은 기분 좋을 리가 없다. 비가 온다는 것은 하루 수입이 없어진다는 의미. 그러니 비가 오면 근심걱정이다. 공사판 막장 인생들에게 비한방울은 눈물 한방울이다.
삼공일을 하는 두사람은 이번 달에는 쉬는 날이 많아 100만원도 안될 것 같다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2400만원이 넘는 현실에 이곳 노가다 판에서 몸으로 먹고 사는 일당 잡부 하루 노임은 6만원. 한달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봤자 180만원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하는 막장 인생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주 5일 근무제에 여가 시간이 차고 넘치는 샐러리맨들에 비해 우리같은 막장 인생들은 몸값이 싸도 너무 싸다고...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대접받을 구석은 어디 가도 단 한군데도 없다고....
오전에 덤프카가 와서 어제 작업한 차도 옹벽 시멘트 폐기물을 치우기로 했는데 이 역시 비가 오는 바람에 못하게 되었다.
덤프카에 상차를 하기로 한 중장비 백호(포크레인)도 당연히 공치는 날이 되었다.
이렇듯 비가 오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일이 없으니 따분하다.
공사판에서 일이 없으면 죽을 맛이다.
현장 사무실에 들어와 있어도 마음이 안잡힌다.
시간이 너무 안간다.
아침을 아침 6시 40분에 먹고 7시부터 하루 일을 시작하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일을 못하고 있으니 아침 9시가 되었는데도 지루해서 몸이 뒤틀릴 정도로 견딜수가 없다.
은행이나 관공서를 포함한 일반 샐러리맨들은 아침 9시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그 시간이 되었는데도 너무 시간이 안가 지루해서 몸살이 날 정도이다.
점심 먹고 나서도 비가 온다.
오전보다는 덜하지만 비가 내리다 말다를 계속 한다.
친구 봉희는 잠시라도 일없이는 못있는 성격이라면서 궁시렁 거리더니 할일도 없는데 집에 갔다 다시 날이 개면 온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같이 왔다가 하루도 못있고 오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친구가 있어서 조금은 덜 허전했는데 가고 나니 더욱 썰렁하다.
날 끔찍하게 위해주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얼굴 한번 보고 싶다고.
조금 있으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곳에 위로 방문차 선배와 함께 오겠다고 한다.
아무런 연고도 학연도 없는 객지 친구인데 그 어떤 친구보다도 끈끈하고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있는 친구. 오늘따라 그 친구가 더욱 고맙다.
저녁을 먹지 않고 친구가 오기를 기다렸다.
저녁 7시쯤 친구가 도착을 했다. 초행길인데도 잘 찾아왔다.
선배가 운전을 하고 둘이 이 누추한 현장 사무실을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직원들과 함께 먹으라고 음료수를 가득 가지고 왔다.
실내 포장마차집 식당에 가서 얼큰한 김치전골 3인분 시켜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다운 사람들의 따스한 온기. 자고 가라고 하니 내일 일이 있다면서 굳이 가야한다고 한다. 일이 있다니 강력하게 붙잡지를 못하겠다.
일차를 하고 이차로 내가 전에 한번 가본 호프집을 갔다.
현장 숙소에 다시 나를 태워주고 친구는 돌아갔다.
친구가 떠나고 나니 우울했던 기분은 업이 되었지만 더욱 허전하고 쓸쓸하다.
큰 숙소에 덜렁 혼자 남았으니 그럴만도 하지...
박사장이 가뜩이나 신경쓰는 철근이라서 야적장을 한번 둘러보고 이상 유무를 점검했다.
아무리 철근 도둑이 극성이라 해도 오늘같이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엔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다시 밖에 나가 호프집에 갔다가 돌아와 다시 한번 철근을 둘러보고 숙소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
일요일이 아버지 생신이라고 오늘 마누라와 아들 현식이가 시골에 내려갔는데 이 곳에 일이 있어서 나는 가지 못했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시골에 가있다.
남들이 보면 하찮은 노가다 잡부라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남들 눈엔 이 일이 하찮고 시시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단 내가 맡은 일이기에
이 일을 하고 있는 현재 이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밤이 깊었다. 이제는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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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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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7월31일 10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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