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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3) 차도에서 드럼통과 씨름
2007/01/07 00:00
입력 조회수 : 738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23) 차도에서 드럼통과 씨름
2004년 02월 19일
오늘은 혼잡한 차도에서 하루종일 드럼통과 씨름을 했다.
차도에서 웬 드럼통?
그럴일이 있다.
운전자라면, 아니 차를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길을 가다 공사현장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설치해 놓은 빨간 통을 보았을 것이다.
그 통이 바로 오늘 내가 하루종일 씨름한 통이다. 도로 공사현장으로 차량들이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플라스틱 드럼통이다.
오늘 설치한 거리는 300m. 플라스틱 드럼통을 30개 준비해서 그 속에 하나 하나 무거운 돌을 집어 넣었다.
드럼통에 돌은 또 왜?
그거야 당연히 드럼통을 안전하게 서있게 하기 위해서다. 플라스틱 통이니 바람이 불면 넘어질 것이 아닌가.
그러면 차량 사고로 이어질수도 있다. 도로 공사를 하다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한 드럼통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 넘어가 사고로 이어진다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인재다.
그러기에 통속에 돌을 집어 넣어 무게 중심이 아래로 가게 하는 것이다.
낑낑 거리며 무거운 돌을 들어다 통속에 집어넣고 뚜껑을 덮고 다시 플라스틱 나사못으로 조이면 통 완성.
그러면 그 드럼통을 들고 거리로 나가 차량진입을 통제해야 하는 차로에 세워 놓는 것이다.
300미터에 30개라. 10미터에 한개씩 세워두면 된다.
길거리에서 드럼통을 들고 씨름하다 보니 차량들이 알아서 잘도 피해간다.
차로를 막아놓은 빨간 드럼통을 보고 운전자들이 알아서 차선을 바꿔 달리는 것이다.
공사판 일용집 잡부. 요즘은 좋은 말로 보통 인부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 현장 사람들은 부르기 쉬운 말로 여전히 잡부라고 부른다.
드럼통을 다 설치해 놓고 나서 옆에서 차량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터졌다.
드럼통이 한개 바람에 날려 넘어진 것이다.
큰일났다 싶어 재빨리 달려가 통을 다시 세웠다.
통안을 들여다 보니 돌이 너무 가벼워 넘어진 것이다.
다시 무거운 돌을 들어다 통속에 집어 넣었다.
그러고 보니 통안에 돌이 가벼워 또 넘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구멍으로 통안을 들여다 보아 가벼워 보이는 통이 있으면 돌을 들어다 채워 넣었다.
길거리에서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전에는 꿈에도 상상 못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내가 이런 일을 하면서도 묘한 쾌감을 느낀 것이다.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하는 쾌감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무튼 그랬다.
누구도 날 의식하거나 주목하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다.
식당엘 가도 어딜 가도 후줄근한 작업복에 흙투성이 범벅이 된 안전화를 신고 공사현장에 돌아다니는 내꼴이 확실히 공사판 잡부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저녁때 또하나 색다른 경험을 했다.
길거리 가로등을 철거하는데 가로등을 줄로 감고 포크레인에 줄을 걸어 잡아채서 뽑는 일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전신주가 차도로 쓰러지면 큰일이 아닌가. 그래서 사전에 그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능하면 줄을 전신주 위에 감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포크레인 바가지에 올라타고 전신주 3분의 2쯤 지점까지 올라갔다. 아래를 보니 공포감에 아찔하다. 전신주 홈에 나사를 끼웠다. 줄을 거기다 고정시키기 위해서다.
한전 사람들이나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던 전신주에 내가 올라가 그런 일을 할줄 역시 꿈에도 상상 못했다.
그런데 바로그때 친구 박사장이 내 모습을 보았는지 달려와 한전에서 알아서 뽑게 작업을 그만두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안전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냐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 말에 일리가 있다. 작업은 중단 되었지만 아무튼 난 그날 평생 경험하기 힘든 일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공사판의 오늘 또한 참으로 잊을수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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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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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7월24일 20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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