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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85) 지하철 파업을 지켜보면서
2007/01/05 00:00
입력 조회수 : 718
지하철 파업 첫날인 2004년 07월 21일 저녁 집을 나섰다. 지옥철 고통을 뼈저리게 체험한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쌍문역에서 정기권을 끊으려니 한쪽 매표창구가 봉쇄 돼 있고 안내장만 덜렁 붙어있다. 어찌된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주위를 둘러봐도 직원들이 보이지 않으니 모두들 파업에 동원됐나 보다.
[알림=지하철 노동조합 파업으로 2004.7.21.05:00부터 900원 권 보통승차권만 판매하고 정액권, 정기권 판매 및 교통카드 충전 업무를 중지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2004. 7. 21. 쌍문역장.]
매표 창구 여기저기 써 붙인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속이 뒤집힌다. 일천만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파업을 하면 아무런 죄 없는 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시민을 봉으로 아는 행태에 폭발하려는 마음을 꾹 참고 개찰구를 통과하여 4호선을 타고가다 환승역인 충무로에서 내려 3호선 플랫폼으로 갔다.
시간을 보니 19시 10분. 파업으로 어수선한 현장에는 퇴근 시간 러시아워가 겹쳐 발 디딜 틈 없이 승객들로 가득 찼다.
전동차가 도착했으나 승객이 너무 많아 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음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다음에 도착한 차는 승객을 태우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회송열차다.
또 얼마나 기다렸을까. 평일에도 출퇴근 시간에는 북새통을 이루는 데 파업으로 10분 이상 연착이 됐으니 계속 밀려오는 승객들로 통로가 아수라장이다. 지하철 직원들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고 현역 군인 2명만 긴급 투입되었는지 아무 말 없이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왔다 갔다 한다.
플랫폼 안전선 앞에까지 승객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뒤엉켜 있지만 이들을 통제할 직원 하나 없다. 아무리 파업이지만 꾸역꾸역 끝없이 밀려드는 승객들을 저토록 아슬아슬한 상태로 방치한 지하철 직원들의 강심장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이러다가 몰려드는 사람들에 밀려서 대형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속이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10분을 기다려도 지하철은 오지 않는다.
지하철 연착으로 플랫폼을 꽉 메운 저 많은 사람들의 금쪽같은 시간이 낭비되는 것을 생각하면 지하철 파업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민폐를 끼치는 것인가.
7시35분쯤 굉음을 울리며 전동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승객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문이 열리고 닫히기까지 불과 1분 남짓 짧은 시간이지만 차에서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들로 전쟁터를 방불 한다.
차가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승객들이 미쳐 다 타기도 전에 문이 닫힌다. 출발. 완전 지옥철이다.
승객들로 꽉 들어찬 전동차 안에는 중심을 잡고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아비규환이다. 쌀자루 속의 쌀처럼 전후좌우로 맞붙어 버린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느껴진다.
분명 차안에는 성능 좋은 냉방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건만 시루떡 같이 꽉 박힌 승객들이 내뿜는 체온의 열기로 완전 찜통이다.
땀으로 범벅된 사람들. 온몸이 끈적거리고 불쾌지수가 높아져 여기저기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온다. 죄 없는 일천만 시민을 볼모로 잡은 지하철 파업을 일으킨 사람들을 향해서 던지는 욕설이다.
최저 생계비를 밑도는 저소득층 가구가 수백만에 이르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하루를 살아가기가 막막한 비자발적 실업자가 홍수를 이루는 마당에 일천만 시민을 볼모로 잡는 지하철 파업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할 기회마저 박탈당한 전국의 수백만 실직, 실업자들에게는 저들의 집단 파업이 배부른 자의 외침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리고 저들을 저토록 의기양양한 파업으로 내몬 서울시, 지하철 공사, 정치인들이 원망스럽다. 그동안 집단으로 강경파업을 하면 결국에는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으로 굴복하여 그들의 손을 들어주던 악순환이 반복된 것은 분명 물러터지고 원칙없는 고무줄 정부의 잘못이고 직무유기다.
책상머리에 앉으면 머리만 돌아가고 현실은 바로보지 못하는 바보가 되는 것일까. 이제는 제발 그래서는 안 된다. 안되는 것은 죽어도 안 되는 것이다.
집단으로 목소리를 높여 파업을 하면 들어주는 악순환의 고리는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끊어버려야 한다.
이 땅에 하루 살기가 버거운 실업자가 얼마나 많은가. 근무시간에 떼거리로 뛰쳐나와 명분 없는 파업을 한다면 차라리 그 자리에 실업자를 투입시켜라.
한달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허리가 끊어지도록 일해도 150만원을 벌기 힘든 막노동판의 일자리도 없어서 일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차라리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라.
파업 현장 지하철이 지옥철로 변하는 것을 정치인들은 얼마나 아는가. 대통령, 서울시장, 지하철공사 사장, 국회의원, 부총리, 총리, 장관 할 것 없이 지금 당장 뛰쳐나와 찜통더위 콩나물시루 같은 파업 현장 지옥철을 타보고 서민들이 겪는 고통을 체험해 보라고 외치고 싶다.
하루 세끼 밥 먹는 것조차도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이 땅에는 너무나도 많다.
단돈 몇 만원 마련할 길이 없어 가정에 전기가 끊기고 수도가 끊기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는 이 현실에 일천만 시민들을 볼모로 잡는 지하철 파업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불과 3주 전에 지하철 요금을 올렸으면 올린만큼 서비스를 개선해야지 파업으로 시민을 두번 울리는 이유를 알수가 없다.
차라리 파업을 하려면 먼저 일천만 시민들을 설득하라. 내가 하는 말이 억지라면 나를 설득 시켜라. 시민들을 볼모로 잡기 전에 먼저 왜 파업을 해야 하는지 시민들을 설득하여 이해 시켜라.
그러면 일천만 시민들은 그 어떠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지하철 파업을 열렬하게 지지할 것이다.
이라크에서 김선일이 희생됐을 때 전 국민이 하나 되어 그의 목숨을 지켜 주지 못한 국가를 맹렬히 성토하고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던 것처럼...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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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7월22일 03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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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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