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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바람의 수필] (32) 단 하나뿐인 생목숨 잃은 안타까운 사연들
2006/12/25 00:00
입력 조회수 : 696
인간의 목숨은 한없이 모질다는 말이 있지요. 전쟁이 나서 폭탄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지요. 우리주변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의 숱한 일화가 얼마나 많습니까. 고층아파트에서 떨어져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종종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나도 군대에서 가을에 죽을고비를 넘긴적이 있지요. 지금생각해도 아찔한 구사일생이었지요.
가을이었답니다. 포병이었던 우리부대는 해마다 토끼풀이라는 풀로 진지에 위장할 망을 엮지요.그래서 가을이면 부대원들이 인근 산으로 들로 토끼풀을 뜯으러 가곤 했답니다.
그날도 나는 혼자서 깊은 산속으로 토끼풀을 뜯으러 들어갔지요. 생각처럼 그렇게 많이 없더라구요. 고참들의 무서운 얼굴이 아른거려 그냥 돌아갈수도 없고 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뜯어갈 욕심에 조금씩 조금씩 깊은 산속으로 나도 모르게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콩볶는 소리가 났습니다. 다름아닌 총쏘는 소리였습니다. 순간 아무생각없이 무의식중에 반사적으로 몸을 엎드렸습니다. 천지를 진동하는 총소리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되었습니다. 웬일인가 싶어 잠잠한 순간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내가 들어온 곳은 다름아닌 사격장 표적지 근처였습니다. 순간 아이쿠 이제는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를 알릴 무슨 방법이 떠오르지를 않았습니다. 사격장과의 거리는 500m쯤 되었습니다. 군대에서 배운 낮은 포복으로 기어 내려왔습니다.
바로 머리위로 총알소리가 핑핑 하며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럴때마다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숨죽이며 있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내려왔나 기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날은 이미 앞 뒤 분간할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내려오다가 벌집을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땅벌들이 나한테 떼지어 덤벼들었습니다. 온몸을 벌에 쏘였습니다. 수십방 아니 수백방이 었을 것입니다. 겨우 파리만한 작은 땅벌들이 그렇게 무섭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온몸이 그야말로 벌집이 되었습니다.
아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순간 내머리속에는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따갑고 후끈 후끈 거렸습니다. 눈덩이가 부어올라서 눈꺼풀이 딱 달라붙어 주변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허우적 댔는지 사격소리는 잠잠해졌습니다.
사력을 다해 부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눈을 뜨니 의무대였습니다. 거울을 보았습니다. 내모습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었습니다. 얼굴전체가 찐빵처럼 부어올라 두눈이 아예 딱 달라붙었습니다. 완전히 달라붙은 눈꺼풀 사이로 사물을 조금 볼수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가지는 일주일이 넘게 걸렸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 합니다. 나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날 이후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때니까 까마득한 옛날이었어요. 우리동네에 사는 나와 같은 반 아이가 있었지요. 그때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산골의 아주 작은 미니학교였지요. 우리동네에서는 우리반은 친구와 나 단둘이라 둘이는 형제처럼 항시 붙어다녔지요.
학교갈때도 하교때도 언제나 우리는 둘이 함께였어요. 학교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8키로나 되는 먼 거리를 우리는 거의 뛰다시피 걸어 다녔지요. 그러나 비가오는 날이면 급류같이 흐르는 물살에 막혀 학교를 갈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학교선생님도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당연히 우리 동네 아이들은 학교에 안오는 것으로 알고 넘어갔지요. 그런데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여름날. 하늘이 무너질듯 퍼붓던 비가 며칠만에 그치고 하늘은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쨍쨍 맑은 날이이었어요.
친구와 나는 며칠만에 학교에 갔지요. 학교에 가서 수업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작은 냇물이 하나 있지요. 아직 장마비로 불어났던 냇물이 다 빠지지 않아서 혼자 건너기에는 겁이 날정도로 물살이 거세더군요.
그런데 그날따라 냇물에 발을 담그려니 기분이 영 내키질 않는 거예요. 뭔가 섬뜩한 생각까지 들고 하여튼 말로 설명할수 없을 정도로 묘한 기분이였어요. 나중에 알았지요. 불길한 예감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소름이 끼치더군요.
바로 그날 낮에 내가 위에서 말한 단짝친구 아버지가 물살에 떠내려가 익사를 했던것입니다. 물에 빠져 돌아가신 사연을 듣고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물을 건너려고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렸어요.
그리고 고무신을 양손으로 꼭쥐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지요. 그러나 물살이 생각보다 거세어그만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지요. 넘어지면서 손에 든 고무신을 놓치고 말았지요. 그 웬수같은 고무신이 떠내려가는 바람에 불귀의 객이 되었습니다.
새고무신을 잡으려고 하다가 다시 넘어지면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그만 떠내려가면서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잃었던것입니다. 내친구는 외아들이었지요. 딸도 없는 외아들. 정말로 자식가슴에 못을 밖는 일이었지요.
아주 어렸을 때 들은 또하나 슬픈 얘기입니다. 내가 살던 고향은 워낙 깊은 산골이라서 중학교 다닐때까지만 해도 어두운 밤에는 도깨비가 나온다고 할정도로 혼자 나다니기가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동네 가운데서도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곳이 하나 있었지요. 한밤중에 그곳을 지나려면 온몸이 옴추러 들고 소름이 오싹오싹 끼치는 기분 나쁜 장소로 용광모퉁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나이가 어렸던 우리들은 귀신이 지키고 있다가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행인들을 소리소문도 없이 낚아채가는 곳이라는 소문 때문에 그곳을 지날일이 있으면 일찌기 해떨어지기 전에 서둘러서 지나곤 하였습니다.
용광모퉁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지명을 가진 그곳을 부득이밤에 지날일이 있으면 두세명이 스크럼을 짜듯이 어깨동무를 하고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곤 하였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동네에서 반상회를 한다고 해서 그곳을 건장한 청년 3명이 그곳을 지나 우리동네로 왔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깊은 밤이 되어 다시 집으로 가려면 그곳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세명이 어깨동무를 하고 그곳을 지나갔습니다. 무서움을 떨치려고 열심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대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이상야릇하게 밀려오는 느낌이 번개같이 스쳐갔답니다.
스크럼을 짠 양쪽사람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가운데 사람이 축늘어졌습니다. 어찌된일이냐고 큰소리로 외쳐도 말이 없었습니다. 어깨동무를 풀었습니다. 가운데 사람이 앞으로 푹 고꾸라 졌습니다. 걸어오면서 걸어오는 상태로 죽은 것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으슥한 밤길에 귀신이 쥐도새도 모르게 잡아간다는 소문처럼 젊은 사람이 그렇게 허망한 죽음을 당한것입니다. 그 이후로 한동안 그곳 용광모퉁이는 동네사람들에게 더 공포의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주어진 일생도 다 채우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간 사람들도 있는데 생목숨도 끊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명. 자신이 소중하게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죽을려고 하는 각오로 이세상을 살아간다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할지라도 어떠한 난관이 자신앞에 닥친다 하더라도 거뜬히 이겨낼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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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7월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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