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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2006/12/01 00:00
입력 조회수 : 728
벌레가 적인가 인간이 적인가 상생·공생일뿐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조안 엘리자베스 록/민들레- 인간도 ‘인간다움’을 무시로 내팽개쳐야 하는 시대에 이 책은 곤충의 존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파리, 모기, 바퀴벌레, 개미, 딱정벌레, 벌, 나비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가며 변론에 나섰다.
인간을 피고석에 앉혀 놓고 따져 묻는 그의 솜씨는 꽤 인상적이다. 곤충을 상대로 전쟁을 감행해온 인간을 숫제 전범(戰犯) 수준으로 격하한다. ‘그럼 곤충을 껴안고 자기라도 하라는 말이냐’는 식의 반감이 고개를 쳐들 틈을 주지 않는다. 저자가 제시하는 인간과 곤충 간의 대차대조표는 ‘뺏고 빼앗김’이 하도 선명한 것이어서 공연히 무안해지기까지 한다. 논리와 감성이 치밀하게 교직하는 그의 변론이 끝나갈 즈음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곤충에게 덧씌워진 온갖 혐의와 편견은 그 자리에서 허물을 벗는다. 그것은 곤충에 대한 일방적 편들기가 아니라 치유와 공생을 담은 양자의 승리를 지향하고 있다. 잠시, 곤충에 대한 인간의 잔혹사를 짚어보자. 인간은 모든 곤충의 천적이다. 한 개체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을 막는 ‘자연조절 장치’가 천적의 생짜 개념이다. 이를 뒤집기한 존재는 생태계의 독불장군, 인간이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지적대로 우리는 ‘곤충을 죽이느냐 곤충한테 죽느냐’ 하는 극과 극의 논리에 갇혀 있다. 그 결과 산업사회에서 곤충과의 전쟁은 35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산업이 돼 버렸다. 과학자들마저 마치 판돈을 키우는 도박꾼처럼 유전자조작 곤충을 전쟁터에 내보내는 데 열심이다. 그 부메랑은 당장 인류의 등에 꽂히고 있다. 불행한 아이러니지만, 인간에게 정말로 위험한 것은 파리 같은 해충이 아니라 유독성 화학약품을 퍼붓고 있는 우리의 곤충 박멸 전쟁이다. 예컨대 대부분의 지역에서 말라리아는 30년 전보다 더 널리 퍼졌으며, 치료와 통제가 더 힘들어졌다. DDT의 집중 살포와 말라리아 항생제의 오남용이 낳은 결과다. 딱정벌레를 비롯한 곤충이 떼로 나타나 작물을 해친다고 치자. 저자는 곤충의 출현이 전하는 또다른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적으로 살포하는 살충제 때문에 그 곤충의 천적을 없앤 대가라는 것이다. 그의 비판은 신랄하면서도 정교하다. “오늘날 곤충에 대한 우리의 적개심은 대부분 오랜 관습과 검증되지 않은 두려움에서 비롯되었으며 곤충이 적임을 상기시키는 적대적 이미지의 영향 때문이다.” “곤충에 대한 현대인의 태도는 인류가 대자연을 더이상 신성시하지 않고 기계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였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곤충에게 빚을 지고 있다. 파리나 벌 등이 가루받이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멸종에 직면해야 할 판이다. 만약 열심히 땅을 파고 사체를 먹어대는 개미가 없다면 토양의 영양소는 순환할 수 없을 것이고 지구에는 죽은 동물만 쌓여갈 것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백만종의 곤충 가운데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과학 정보나 신제품 또는 신약의 보고가 될 만한 것이 있다는 실리도 무시할 수 없다. “하나인 세상을 굳이 좋은 종과 나쁜 종으로 나누고 나쁜 종을 악착같이 제거하려는 우리의 시도는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들을 파괴하고 있다. 한 생물에 대한 선전포고는 우리 자신에 대한 선전포고다.” 곤충에 관한 상식, 옛 부족들의 신화·관습이 넘쳐나는 이 책은 생태학, 곤충학, 문화인류학 어느 범주에 넣어도 손색이 없다. 저자의 주장에서 중국 도교의 사상을 읽어낸 토마스 베리의 추천사는 돋보인다. “도의 움직임은 ‘도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도는 순간을 맞고 있다. 인간과 곤충이 서로 마주할 때가 됐다. 그렇게 해야만 지혜와 치유의 근원, 21세기로 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만물은 분화하다가 다시 서로를 채워주는 근본적 동일성으로 돌아온다”는 부분은 어떤가. 미물의 생명까지 끔찍히 여기는 티베트 라마승의 설법을 전해 듣는 느낌은 아닐는지. 조응주 옮김. 1만2천원. <출처 경향신문>
최종 편집: 2004년 06월 04일 17: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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