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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4) 드디어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2006/11/24 00:00
입력 조회수 : 777
인터뷰 전문기자가 쓰는 막노동판의 하루 (14)
2004년 02월10일
드디어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일하다
아무래도 허리에 무리가 올 것 같아 사전 예방차원에서 아침을 먹자마자 파스를 사서 붙였다. 막장 인생 처음으로 파스를 붙인 날이다.
파스를 붙이고 오늘도 삽질을 하러 갔다. 벌써 4일째 계속 하루 종일 삽질만 하는 것이다. 오늘은 다행히 용역에서 인부 한명이 파견되어 와서 함께 삽질을 했다.
어제는 혼자 하루 종일 허리가 휘도록 삽질을 했는데 또 한사람이 있으니 훨씬 덜 심심하고 능률도 더 오르는 것 같다.
막장인생으로 오는 사람이 어찌 사연이 없으랴. 오늘 함께 삽질을 한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IMF이후 중국을 오가며 무역업을 했는데 폭삭 망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업종은 수산업. 3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한때 하루 2천만원을 벌기도 할 정도로 큰 돈을 벌었다가 유사업체가 많이 생기면서 과열 경쟁이 되다보니 단가가 올라 도저히 버텨내지를 못하고 번 돈 다 까먹고 나가떨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돈은 비록 날렸지만 얻은 것도 많다며 껄껄껄 웃는다.
사업이 잘 될 때는 날마다 수면 부족에 아이들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고 한달에 한번 외식하기도 힘들 정도로 가정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오늘 같이 일한 44살의 전직 사장 현직 용역 잡부는 요즘사람 답지 않게 자녀를 4명이나 두었는데 위로 세 딸에 막내가 아들이란다.
사업에 망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절약 정신도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아빠가 돈을 못 벌어서 어려운데 우리도 당연히 절약해야 한다면서 용돈을 줘도 아끼고 아껴서 쓴단다.
그리고 전에는 학원을 다녔는데 요즘은 학원도 많이 줄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학교 성적은 훨씬 더 향상됐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는 습관이 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이야기 할 시간도 많아져서 집안 분위기도 훨씬 더 좋아졌다고 한다.
작년 6월부터 용역시장에서 하루하루 팔려나가는 잡부인생으로 살고 있다는 오늘 같이 일한 사람은 인생의 단맛 쓴맛을 경험해서 그런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큰 반응 없이 그저 허허 웃는 스타일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생각하고 하루하루 일당 받아 비록 적은 돈이지만 열심히 사는 모습을 그에게서 보았다.
비록 잘되던 사업이 망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잡부인생이 되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늘 같이 일한 사람이 한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선생님, 너무 열심히 하실 필요 없어요. 그러다가 허리 다치면 내일은 다시 일 못 나와요. 선생님 오늘 하루만 일하고 끝 나실거 아니잖아요. 힘들면 쉬엄쉬엄 하세요.”
그 말에 이해가 갔다. 노가다 인생으로 6개월 이상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장기적으로 이 바닥에서 버틸 수 있는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다.
처음에는 울었다고 한다. 동물농장에서 닭똥 치우는 것을 맡았는데 안 해본 일이라서 힘이 드는 데다 자신의 신세가 너무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한번은 용역을 나갔는데 너무 허리가 아파서 같이 일하는 동료 인부에게 “아저씨 너무 힘들어서 오후에는 일을 못할 것 같아요. 그만 들어갈게요.” 했단다.
그랬더니 그 동료 인부가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으실 거예요. 잠깐 쉬세요. 그러다가 다시 일하고 힘들면 쉬엄쉬엄 하세요.”하더란다.
그래서 잠깐 쉬었다 다시 일을 하니 종전까지 아프던 허리가 아무렇지도 않더란다.
그렇게 그는 막노동판에서 일해 오면서 오래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나갔다. 둘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일하다 보니 하루가 금새 지나갔다.
경사로 45도 되는 비탈길에서 암반작업을 하기 위해 여기 저기 포인트를 옮겨 다니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발뒤꿈치에 힘을 주고 양발을 벌린 자세로 서서 열심히 삽질하고 비질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본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저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산비탈에서 열심히 비질을 하고 있을까 하고 궁금증을 자아낼지도 모르겠다.
4일째 계속 삽질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왔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염려했던 허리는 견딜만한데 팔이 많이 아프다.
특히 오른팔에 너무 힘을 줘서 그런지 어깨가 많이 아프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사람 열심히 많이 먹어라.”
점심도 그랬는데 저녁도 식사시간이 되기 전에 허기가 진다.
내 생전에 이런 날은 일찍이 없었는데 요즘은 왜 이리 배가 금방 꺼지는지....
그거야 물론 열심히 땀을 흘려 일했으니 그렇겠지만 내가 생각해도 내가 신기하다.
낮에 친구 황상규한테서 전화가 왔다.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가 요즘 대박을 날리고 있는데 그 영화 속 내용의 실제 주인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극기 휘날리며 책을 한번 집필해 보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책을 써서 자기가 펴내고 싶다면서 오늘 저녁때 날 찾아오겠다고 해서 만나기로 했다.
지금은 저녁 8시 30분. 이친구가 언제 올지 기다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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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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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4년 05월31일 08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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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인물탐구식 인터뷰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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