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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 아이들의 평화
2006/11/08 00:00
입력 조회수 : 767
-윤주영/생각의 나무- 노(老) 사진작가 윤주영의 사진집을 보면 한가지 점이 분명해진다. 전쟁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게 설정되지만 그것이 남긴 상처에는 시간의 경계가 없다는 사실. 폭력으로 찢어진 육신의 흔적은 길이 길이 많아 그 가혹성을 증언한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폭력이 남긴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짊어져야 할 짐이 된다. 윤주영의 작품에는 잃고 빼앗긴 사람 투성이다. 이번 사진집에서는 캄보디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에게 렌즈의 초점을 맞췄다. 세상에 미처 눈뜨기도 전에 지뢰와 고엽제의 가차없는 폭력을 경험한 작은 생명들이다. 팔·다리, 손가락이 실종된 아이들은 흑백사진 속에서 무표정하거나, 해맑게 웃거나, 처연한 표정이거나, 두려운 눈길이거나, 울먹이거나 하면서 우리를 응시한다. 목발에 기대긴 했어도 공터에서 공을 차는 순간만큼은 행복의 질량이 남과 다르지 않다(14쪽). 신체는 온전히 보존했지만 부모를 상실한 아이들은 결핍과 그리움의 본능 탓인지 눈동자가 외롭다(47~50쪽). 고엽제로 손발이 없거나 손가락이 결락된 채 태어난 아이들은 전쟁 당사자들의 그 어떤 논리나 무용담도 무색케 한다(29~37쪽). 그러나 이들은 때로 맑게 웃음으로써 우둔한 어른들에게 평화를 탄원한다.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옹색한 공책과 연필을 쥐고 글자를 익히는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들, 캄보디아의 소년들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사진 속 이미지는 낯설지 않다. 50여년전 우리의 전쟁도 저런 풍경이었다는 연상을 피할 수 없다. 작가의 시선은 ‘전쟁의 치유’에 많이 치우쳐 있다. 전쟁이 끝난 뒤 몸과 마음의 치유에 골몰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결코 끝난 게 아님을 일러주고 있다. 일본 비정부기구(NGO)의 지원으로 건립된 캄보디아의 한 어린이 병원은 한국의 몫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베트남인의 상처에는 우리가 결코 고개를 돌릴 수 없는, 원죄 의식 같은 것이 배어 있다. 3만원. 〈경향신문 조장래기자〉
2004년 04월 30일 17: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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