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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의 아름다운 삶
2006/09/08 00:00
입력 조회수 : 765
지나간 크리스마스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성탄특집 작은 아씨들"이란 프로를 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본 것은 아니지만 예순 여덟의 할아버지와 예순 다섯살 되신 할머니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어찌나 아름답고 훈훈하던지 크리스마스 저녁을 브라운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보낸 것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노부부는 강릉에서 아직도 12칸 짜리 기와집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부모님과 같은 그저 평범한 분들이다.
남편인 할아버지는 그 연세에 대학까지 나오시고 젊어서는 은행에 근무하시며 육 형제나 되는 자식들을 키워 출가를 시키고 나니 그 큰 12칸 짜리 집에 두부부만 덩그러니 남게 되어 어느 날 노부부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 움직일 수 있을때에 무엇인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는데 바로 오갈 곳 없는 어린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그 노부부의 집으로 데려온 아이들이 상아와동생 자매, 은혜, 윤희 그리고 얼마 전에 친부모를 찾아 준 남자 아이 다섯 명이었다.
사실 젊은 사람들도 아이들 보는 일은 힘이 들고 요즘 같은 어려운 세상에 내자식도 키우기 힘든데 그 연세에 노부부는 갈곳 없는 아이들 네명을 친자식 보다도 더 정스럽게 키운다.
아직 세 살밖에 안된 아기 "윤희"는 꼭 업어서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우고 식사 준비를 할때도 할머니는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까스며" 튀김같은 반찬을 잊지 않고 준비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행여 배고파 할까 싶어 창고에는 항상 귤이나 사과 같은 과일과 과자들을 서너 상자씩 사다두어 언제든 아이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검은 머리카락 보다는 흰머리가 더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할머니는 정말 정이 많았다.
순간 순간 아이들을 바라보며 불쌍한 마음에 눈물짓고 혹시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다칠까 늘 안아주고 기죽지 말라고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
하루 종일 아이들 네 명 치닥꺼리에 정신이 없다 아이들이 모두 잠이 든 시간 노부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걱정이 많다.
이제 살날 보다는 살아온 날이 더 많기에 언제 누가 먼저 세상을 뜰지 모르지만 부부는 서로에게 당부를 한다,
누가 먼저 죽든 아이들을 힘있는데 까지는 다른 곳으로 보내지 말고 끝까지 키워달라고...
그러면서 할머니는 "사랑은 정말 마약 같은 것"이라며 눈물을 짓는다.
자기 피가 섞인 손자들도 아니고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어쩌면 그렇게 정 스럽고 사랑스럽게 키우는지?..
티비를 보며 어쩌면 두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전생에 천사가 아니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자식이라 할지라도 때론 귀찮고 힘들어 소리도 지르고 혼내주기도 하는데 노부부는 아이들만 보면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아마도 그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이 세상 어느 가정의 자녀들 보다도 더 사랑을 베풀 줄 알고 진정으로 가정이 어떤곳이란 것을 알면서 자랄 것 같았다.
일흔을 곧 눈앞에 둔 할아버지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그 연세에도 아직도 일을 하신다.
용평리조트 스키장 구내식당이 할아버지의 직장이다.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접시를 닦고 설거지를 하신다.
할아버지 연세에는 무리일 듯 싶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나도 힘이 들지 않다고 하신다.
아이들이 아니라면 그저 경로당이나 다니시며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사실 연세인데 그분들은 감히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힘든일을 자청해서 하시고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서 예뻐서 하신다고 한다.
"작은 아씨들'을 보고 남편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평생을 살면서 가장 보람 있고 사회에 환원 할수 있는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는 일이라고 남편이 오래 전에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땐 나이가 어려서였는지 그저 지나가는 말로 들어버리고 말았는데 노부부의 아름다운 노후를 보며 할 수만 있다면 노후를 그렇게 사는것도 참 아름다운 일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엄마 생각 때문인지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세 살짜리 "윤희"를 엉성하게 업고 밤하늘의 별을 헤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멋쟁이 할아버지와 천사처럼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머리맡에 앉아 황혼을 바느질 하고 있던 할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운영
2003년 12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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