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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79) 나무가 아프다
2006/09/01 00:00
입력 조회수 : 752
이 세상을 지배하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 소리 치는 인간들에게 할말 있다. 나는 나무다. 온갖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간들에 의해 심하게 고통 받고 있는 나무다.
인간들이 범하는 횡포와 가학으로 평생을 시달리며 고통스럽게 살다보니 지금 내 몸이 말이 아니다. 나무가 아프단 말이다. 아프다 못해 만신창이가 되어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다.
내가 이토록 중병을 앓고 있는 이유는 물론 자연을 우습게 여기는 못된 인간들 바로 당신들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당신들과의 언어 대화는 통하지 않는 나무다만 당신들이 느끼는 희노애락 감정은 모두 똑같이 느낀다. 우리도 이 땅에 뿌리를 단단히 박고 산소로 숨을 쉬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도 때리면 아프고 넘어지면 다치고 베어져 쓰러지면 죽는다.
추운 겨울이 되면 우리도 춥고 인간들이 열대야에 시달리는 한여름 불볕더위가 오면 우리도 온몸이 축 늘어지도록 심한 더위를 탄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건 인간들의 손을 타지 않는 것이다. 철저하게 자연 속에 묻혀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갈 때 건강하게 장수한다. 인간들 손이 타면 탈수록 우리는 망가진다.
그래서 더욱 견디기 힘들단 말이다. 너희 인간들 때문에 받는 수모를 생각하면 온몸에 치가 떨리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인간 당신들이 도대체 뭔데, 무슨 권리로 금과옥조보다도 더 소중한 환경을 멋대로 훼손하고 죄 없는 우리 나무들에게 이토록 모진 학대를 가하는지 알고 싶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불도저와 어마어마한 괴물 장비 등으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산허리를 뚝뚝 잘라내고 골프장을 만들지를 않나, 새 도로를 뚫는답시고 툭하면 숲을 마구 파헤쳐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지를 않나 당신들이 우리 나무들에게 한 죄악을 모두 털어놓자면 며칠 밤낮을 계속해도 부족하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도토리나무는 또 얼마나 불쌍한가. 인정머리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얌체 인간들이 망치를 들고 달려들어 사정없이 옆구리를 두들겨 패어 내 몸에 붙어 있는 도토리를 모조리 털어가곤 하지 않는가. 그러니 내 몸이 아무리 맷집 좋은 천하장사라 한들 어찌 골병이 안들 수 있나 말이다.
어디 한번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도대체 무슨 철천지원수를 졌다고 이토록 집요하게 우리를 괴롭힌단 말인가. 우리 나무가 너희 인간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어디 입이 있으면 말해 보시라.
너희 인간들만 없으면 산에서 들에서 오순도순 아무 걱정 없이 한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우리 나무들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너무너무 억울하고 원통할 뿐이다.
날씨가 추우면 너희들 손에 이끌려 불쏘시개로 아궁이에 들어가 이 몸을 불태워 당신들의 따뜻한 난로가 되어주는 우리 나무가 아닌가.
자연에 순응하며 너희 인간들에게 천년만년 대를 이어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을 만들어준 일 밖에 없는 나무인데 어쩌면 이토록 심하게 괄시를 할 수가 있단 말인가.
하늘이 주신 천수를 다 누리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할 뿐이다. 그래서 자연을 훼손하는 인간을 만천하에 고발하고자 한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들의 이기심이 위험수위를 넘은지는 이미 오래 되었건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어찌하여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는가. 한해가 저물어가는 성탄절부터 시작하여 묵은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한해가 오는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연례행사처럼 우리 나무들을 괴롭힌다.
특히 서울의 도심 곳곳에 서있는 가로수들은 연말연시가 오면 너무 끔찍해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다고 꼬마전구로 온갖 장신구를 화려하게 만들어 나무를 못살게 구는가 하면 길거리 가로수조차도 모진 전기 고문을 한다. 너희들은 그것을 연말연시 이어지는 범국민 축제삼아 보고 즐긴다 하지만 우리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너희 인간들이 그토록 치를 떠는 일제의 만행에 당한 그 어떤 전기고문도 지금 우리가 당하는 전기고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연말연시 화려한 밤거리 축제무드를 조성하는 것도 좋지만 시퍼렇게 전기가 흐르는 전기 줄로 우리의 온몸을 꽁꽁 휘감아 싸는 신종 전기고문에 찍소리 못하고 죽어가는 우리의 억울함은 어디 가서 푼단 말인가.
묵은 한해가 가고 새로운 희망의 해가 오면 우리 나무들은 간절히 바란다. 제발 인간들의 손이 안타는 자연 속에 묻혀 편히 숨쉬며 우리끼리 오순도순 행복하고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며 살고 싶다고…
◆사진은 연말 분위기로 들뜬 2003년 12월31일 저녁 6시 50분 서울 도봉구 쌍문동 도봉보건소 앞 사거리 주변의 야경. 형형 색색의 꼬마전구가 연출하는 화려한 오색 불빛 뒤에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전기 줄로 꽁꽁 묶여 괴로워하는 나무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
2004년 01월18일 06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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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기자 김명수의 인물탐구식 인터뷰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 피플코리아 운영자 김명수 / 전화 017-707-4827 이메일 people365@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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