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라도 난것일까?.... 주말마다 비가 내리고 하루 반짝 햇살이 비치더니 이틀째 다시 비가 내린다. 일찍 시작했던 장마가 아직 내 몸 어딘가에 그 젖은 허리를 걸쳐놓아 빗물이 고여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하늘에선 오늘 아침도 여전히 비를 뿌린다. 비 때문에 더 빨리 다가온 가을이라 그런가 요즘은 괜히 울적해질 때가 많다. 마음에 아무런 찌꺼기가 없어도 비가 오면 차분해지는데 요 며칠 사이에 일어난 언짢은 일 때문에 더 쓸쓸해지는 것 같다.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된다는 것을 어느 소설가의 글에서 잠깐 읽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런것일까?... 정말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하고 만나지는 것일까? 전혀 나와는 상관없어야 할 사람들 때문에 며칠동안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아니 내게 있어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받은 상처였기 때문에 난 더불어 그 상처를 공유하여 적지 않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버렸다. 덕분에 여름을 잘보내던 내몸에서도 이상기운이 일어 스물스물거리며 기어오르는 몸살을 이틀이나 끙끙 앓아버렸다. 나는 가끔 낯선 거리에서, 혹은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이 흘리고 가는 말의 이삭들을 습관처럼 줏어 담는다. 아주 작은 말의 부스러기들이지만 그 말들 속엔 대부분 상대성이 있다. 말이란 상대성이 없이는 할 수가 없는 것인지 사람들이 흘리고 가는 말속엔 가까운 상대를 공격하거나 시기하고 질시하는 일이 간혹 내 귀를 당혹스럽게 해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 낯선 사람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볼 때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것은 "말"이 사람의 그릇을 매김질 해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먹은 마음 없이 내 뱉은 말이라고 하지만 몇 마디 되지 않는 그 말로 인해 상대가 받아야 하는 마음에 상처는 무엇으로도 보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는건지? 부단 내가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 내게 많은 영향을 준 "말"에 대한 실수때문에 난 적게 하고 사는 말을 더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아침을 여는 건지 저녁이 오는건지 하늘의 빛깔로는 도무지 구분이 가지않는 시계를 들여다 봐야 알수있는 날들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빗소리로 날이 저물고 어스름이 사물의 경계를 지워나갈 때면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잠깐 잊어버렸던 말로 받은 상처들이 속속 고개를 들고 일어선다. 하나, 둘 세상의 여백이 지워져 가는 것 처럼 저녁이 오고 어둠이 밀려오면 마음속에 담긴 상처도 모두 지워지면 좋으련만 세상이 조용해질수록 사람의 마음은 더 우울해지고 생각에 대한 생각이 또 꼬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꽃들도 바람도 나무들도 그럴까?.. ... 정말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존재에 따른 슬픔을 느끼고 살아가야 하는걸까?... 비때문인것 같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햇살에 널어 말려 조금은 건조하게 만들수 있을것 같은데...
자운영
2003년 09월 03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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