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렇게번다] (87) 유럽을 제집 드나들 듯 하는 패션비즈니스 우먼 조혜자
여성패션을 선도해 나간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패션비즈니스 우먼 조혜자(45). 그는 늘 도전하는 여성으로 살아왔다.

현업에 쫓기면서도 40이 넘은 나이에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지난 2월 중앙대 산업경영대학원(인터넷 비즈니스 전공)을 졸업한 그는 ‘수입패션의류산업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남들이 닦아놓은 편한 길을 가기보다는 언제나 자신이 추구하는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길 없는 길을 만들어 개척해 나가면서 창조적 인생으로 살아가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어떻게 보면 인생을 쉽게 살수도 있는데 그 쉬운 길을 마다하고 어려운 일을 만들어 나갔다고나 할까.
지금 하고 있는 일만 해도 그렇다. 간호학과를 나온 그가 엉뚱하게 의류 패션 쪽으로 진로를 확 바꿔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유로패션-London, Paris, Milano’라는 상호로 중소기업 제품의 핵점포적 판로인 백화점( 행복한 세상 ․ 서울 목동) 1층에 입점하여, 유럽풍의 패션의류를 선별 손수 직수입하는 유통채널을 개발한 가운데 많은 고객들에게 질 높은 고가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그는 목회자인 아버지를 따라 초중고를 여기 저기 옮겨 다녔다. 중학교는 청도여중, 고등학교는 대구 신명여고, 대학은 계명대 간호학과.
대학에 다니면서 전공인 간호학은 적성에 맞지 않아 스튜어디어스의 꿈을 안고 그쪽으로만 공부했다. 그때부터 외국으로 돌아다니고 싶었다. 대학시절에도 코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그때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튜어디어스가 되려고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현재 대한항공 기장. 대학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1년간 일했다. 간호사로 취직되는 바람에 스튜어디어스의 꿈은 이루지 못하고 대신 파일럿 남편 따라 외국을 많이 다녔다.
처음에는 그렇게 외국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보다도 자신의 일 때문에 외국을 드나드는 횟수가 점 점 많아져 이제는 물건사고 논문자료 구하고 비즈니스 때문에 런던 파리 로마 밀라노 도쿄 방콕 뉴델리 등을 거의 매달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스튜어디어스가 되려고 영어공부 하나만은 열심히 했는데 그때 익힌 영어실력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유난히 공부 욕심이 많았던 그는 늦깎이 신학공부도 했다. 목회자였던 아버지를 보면서 신앙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뿐이었다. 그러다가 기독교방송 선교사업단 ‘새롭게 하소서’ 프로그램에 간사를 맡아 역경 속에서 신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하나님을 만났다.
사람들이 힘들게 살면서 신앙심 하나로 역경을 이겨나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신앙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님을 알고 싶어서 늦깎이에 신학대학 3학년에 편입해서 졸업했다.
그를 찾는 고객들에게는 상담이 곧 마케팅이었다. 열심히 고객들의 인생 상담을 해주다 보면 고객 감동의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신학은 적성에 안 맞아서 전공으로 공부만 하고 비즈니스 쪽으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러다가 신학대학 총장님이 인터넷 비즈니스 사업을 크게 하는 것을 보고 미국에 어학연수 프로그램으로 몇 달 가있으면서 안목이 넓어졌다.
미국에서 공부를 더하고 싶던 그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한국에서 무슨 공부를 더 할까 고심하다가 중앙대학원 인터넷 비즈니스과에 들어갔다. 그리고 올해에 졸업했다.
공부하면서 비즈니스를 해야 되는데 적성에 맞는 게 뭔가 찾으려고 고심 중 패션에 관심이 많아 외국에 자주 드나들다 보니까 비즈니스와 패션감각에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익혀졌다.
처음에는 뭘 알고 한 것이 아니라 하는 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선택했는데 하다보니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됐다. 그쪽으로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 것이고 그렇게 열심히 뛰다 보니 패션의류 비즈니스 쪽으로 국내외에 인맥도 많이 형성되었다.
나이 들어서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모를 때마다 솔직하게 모른다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면 성심성의껏 주변에서 잘 도와줬다. 한국에서는 교수들이나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외국에 가서도 도와주는 사람들을 잘 만났다.
낯선 나라에서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길을 물으면 가방까지 들어다 주고 호텔까지 태워다 주는 호의를 받은 적도 많았다. 비즈니스 때문에 어려울 때마다 적재적소에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 그 고비를 잘 넘긴 적이 많았다. 전에는 그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라 신앙의 힘이었다.
겁 없는 여자. 외모는 그렇지 않은데 사실은 남들이 ‘무대포’라고 할 정도로 겁이 없고 대담하다. 아는 정보가 없는데도 비즈니스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런던이고, 밀라노고, 파리고, 닥치는 대로 각 나라의 유명 패션 도시를 겁도 없이 혼자 이웃집 드나들 듯 돌아다녔다.
공항에 딱 내려 막막한 상태에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지도 하나 달랑 받아 가지고 두리번거리며 물어물어 혼자서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무작정 찾아가서 유통망을 개척하고 유통채널을 개발한 것이 오늘의 사업기반을 이루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 발품과 노력 덕분에 지금은 어디가나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각 나라에 채널이 많이 갖추어져 있다.
한번은 패션도시 밀라노에 갔는데 홍수가 났다. 폭우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어서 비도 피하고 관광도 할 겸 ‘두오모’ 성당에 찾아가 저녁 미사에 참석했다.
낯선 땅에서 외로움에 가득찬 마음으로 찾아간 두오모 성당. 그런데 미사 중 갑자기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외로움이 사라졌다.
외로움으로 가득찬 이방인을 하나님이 뜨겁게 끌어 안아주었다. 그때부터 가톨릭에 대해서 호감을 갖게 되었다.
유물로만 생각했던 로마에서 그 속에 정말로 하나님이 살아 숨쉰다는 것을 뜨겁게 체험했다.
그렇게 외로움 속에서 비즈니스를 개척해온 그가 지금은 유럽을 가더라도 일주일도 안돼서 모든 업무를 다 보고 돌아올 정도로 패션비즈니스의 전문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보름도 더 걸리는 일도 일주일이면 거뜬하게 해치운다.
초기에는 돈이 없어서 민박이나 저렴한 호텔을 이용했는데 지금은 마음에 드는 호텔을 골라서 사용하고 가장 필요한 물품을 가장 빠른 시간에 사가지고 가장 빠른 운송수단을 이용해서 곧바로 매장에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욕구를 신속하게 만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매장에는 재고가 거의 없다. 패션은 항상 재고가 문제인데 재고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물건 보는 안목과 패션바잉 파워가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가 직접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눈에 확 들어오는 옷을 탁탁 찍어 선별해서 가져오면 2-3주 안에 50% 이상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패션흐름을 족집게처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그의 탁월한 노하우. 어떤 물건이고 그가 사온 물건은 한달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단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코디할 옷들이 그의 눈에는 쏙쏙 들어온다. 돌아다니면서 눈에 뛰는 즉시 여기서 산 옷과 저기서 산 옷의 코디를 기가 막히게 잘 한다. 그것이 바로 멀티 브랜드 토털 코디네이션. 오랜 노력과 경험으로 얻은 패션감각과 노하우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서 크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각 나라에서, 예를 들면 뉴델리에서 액세서리, 방콕에서 보석이나 신발, 도쿄에서 소품, 파리에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화장품과 향수 등을 곁들여서 토털 여성 코디 숍으로 국내 여성들에게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가게에는 불황이 없다. IMF 때도 잘 넘겼다. 자신이 직접 벌어서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뤄나갔다.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자신이 못 다한 꿈을 이뤘고, 하고 싶은 공부를 늦은 나이에 스스로 벌어서 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은 다 이뤘다고 자부한다.
그는 누가 시켜서 했으면 좌절할 때마다 주저앉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서 한일이니까 고생도 즐겁고 때늦게 나이 들어서 공부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서 한 패션 사업이니까 고생스러워도 잘 참고 잘 견뎌 낼 수 있었다.
그는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딱 맞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적성에 맞는 일이니까 잘 극복해 낼 수 있었고 노하우도 남다르게 빨리 익힐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가장 적성에 맞고, 재능에 맞는 일을 늦은 나이에 찾아서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가게에 찾아오는 젊은 여자들이 자기 재능을 살리지 못해서 공허한 마음을 털어놓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남들은 사서 고생한다고 하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달 외국 나가서 옷을 손수 골라오지, 직접 운반해야지, 디스플레이 해야지, 판매해야지, 일인 몇 역을 하면서도 잘 버텨 내고 있는데 때로는 너무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기쁘고 즐거운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외로울 때도 있다.
너무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인간관계나 취미생활을 잘 해내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한쪽을 얻는 대신 좋아하는 또 다른 한쪽을 잃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밀려오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왜 사나, 하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가끔은 훌훌 벗어버리고 외국 여행을 떠나는데 막상 가보면 자기도 모르게 다시 비즈니스로 이어지곤 한다. 그래서 끼는 못 속이나 보다. 그는 그런 자신을 빗대어 여행도 비즈니스고, 공부도 비즈니스고, 비즈니스도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왜 여자가 그렇게 외국을 쏘다니느냐? 도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자주 다니느냐?, 여행이냐?, 비즈니스냐?, 공부냐?, 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는 그럴 때마다 세 가지를 다 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사실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를 여행하면서 본업인 패션 비즈니스도 하고,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패션유행이나 감각을 익히고 또한 앞으로의 패션 감각과 전망에 대한 공부도 한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다 마치고 마지막 하루 이틀은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그는 그렇게 외국 나들이 때마다 여행과 비즈니스와 공부를 한꺼번에 다 마치고 오는 셈이다. 이게 바로 일석 삼조. 그래서 그는 행복하다. 남들은 여행만 해도 재미없고, 비즈니스만 해도 재미없고, 공부만 해도 재미없다고 하지만 그는 세 가지를 다하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한다. 남들은 유럽여행 한번 나가기도 힘든데 혼자서 자기 마음대로 실컷 여행 하면서 일석 삼조의 효과를 누리는 그 역시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엄마를 닮아서 여행을 즐긴다는 대학생 딸이 해외 배낭여행 중에 엽서를 보내왔는데, 그 엽서에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의 소원이 전 세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인데 딸도 그렇다니 엄마를 꼭 닮은 ‘모전여전’인 것 같다.
그는 고객에게 갖은 비위 다 맞추면서 물건을 팔지만 그 옷을 사서 입는 고객들의 공허한 표정을 가끔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사는 자신이 얼마나 큰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새삼 느낀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을 한 가지도 아니고 무려 세 가지나 즐기면서 살고 있는 패션비즈니스 우먼 조혜자.
그는 외국 여행 마음껏 하면서 유럽의 앞서가는 패션감각을 가장 빨리 익히고 비즈니스와 연결시켜서 한국의 여성패션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 이 기사는 영어로도 번역되어 다음주(8월 19일) 이 코너에 클릭이사람 278번 [Click this person 278 Hye-Ja Cho, who travels Europe thousand times for fashion business 2]으로 실릴 예정입니다.
4년째 접어든 클릭이사람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앞으로 계속 클릭이사람에 소개되는 주인공들과의 협의에 의하여 영어로 번역되어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에게는 클릭이사람 기사를 통해 영어공부도 되고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 훈훈한 사람들의 휴먼스토리를 접하는 기회가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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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people365@korea.com> 2003년 08월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