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셋과 아들이 셋인 친정에서 자랄 때 친정엄마는 유난히도 아들인 오빠를 딸들과 편애해서 키웠다.
무엇을 하든 무엇을 먹든 "아들...우리 큰아들...둘째아들...하며 늘 엄마의 입안에선 아들이 먼저였는데 그 이유인즉 엄마는 딸만 여섯인 집의 장녀로 태어났다.
외할머니가 아들을 낳기 위해 별에별 노력을 해서 겨우 아들 셋을 낳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아들셋이 키우는 도중에 아니면 낳다가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버려 할머니한테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아들에 대한 한이 맺혀 있었다.
어린시절을 그런 환경속에서 자라서 인지 엄마는 버젓한 아들을 셋이나 두고서도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며 늘 딸들은 뒷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것은 그런 엄마와는 대조적으로 늘 젊잖으신 친정아버지는 또 아들보다는 딸들을 좋아하고 워낙에 딸들을 예뻐하셔셔 자라면서 "계집아이"라는 말도 안들어보고 커서인지 아직까지도 엄마에 대한 애정보다는 솔직히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더 남다르게 남아있는 것 같다.
엄마의 그런 아들을 편애하는 마음은 자라면서도 항상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고 결혼을 하고도 순간 순간 참 많은 섭섭한 일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런 섭섭한 일은 정말 별것도 아닌 작은일 그러지 않아도 될일을 가지고 늘 그렇게 여린 가슴을 흔들어 놓곤했었다.
예를 들면 같은 물건을 주더라도 아들건 좀 더 좋은 것으로 주고 겨울철에 김장을 하더라도 아들네 줄 김장은 폭이 꽉차고 좋은 것으로 담고 딸들한테 줄 것은 아들네 줄 것을 골라놓고 남은 것을 주곤 했다.
다행히 속이 좋은 여동생들은 엄마의 그런 성격을 무시하고 아무것이나 주는대로 받아가지고 갔지만 난 어떨땐 그런 엄마가 미워서 아무것도 안가지고 돌아서서 내몫으로 싸놓은 보통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도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태어나면서 부터 엄마의 가슴에 멍이 들다 시피한 그런 엄마의 피해의식으로 인해 생겨난 엄마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난 늘 엄마가 못마땅해 섭섭한 마음을 말하면서 곧잘 울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젠 나도 엄마처럼 자식을 낳아서 키우고 엄마가 거쳐간 나이를 살아가다 보니 엄마의 마음이 많이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