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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실버] (13) 고서화수집가 최효삼
2006/04/24 00:00
입력 조회수 : 744
고서화 수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어디라도 달려갈 정도로 흠뻑 빠졌다. '고예가'(www.goyaega.pe.kr) 대표 최효삼(60)은 고서화 수집에 남은 인생을 모두 걸었다는 사람이다.
고예가는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고서화 소장실로 옛날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 이름속에 담겨있다. 얼마나 고서화를 아끼고 좋아하고 사랑하면 사무실 이름까지 고예가로 지었을까.
아닌게 아니라 인사동 골목인 서울 종로구 경운동 47-1 건국빌딩 본관2층에 자리잡은 고예가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가 고서화 매니아중에서도 가장 열렬한 매니아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15평 공간이 비좁을 정도로 사무실안에 고서화 수집품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대상그룹 전신인 미원그룹에서 31년을 근무하고 상무이사를 끝으로 퇴직하고 나서 취미삼아 시작한 고서화 수집이 이제는 그의 남은 인생에 가장 소중한 본업이 되어버렸다.
고서화 수집에 빠진 그의 대학전공은 엉뚱하게 농대 임학과. 고서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학문이다.
등산을 좋아하다보니 현재 전북대 OB 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다. 4·19가 터지던 해 전북대 임학과에 입학하여 다니다 졸업직후 64년 처음 산악회가 생길때부터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몸담고 있다. 이쯤되면 그야말로 OB 산악회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산증인이 아닐수 없다.
더욱이 그동안 적립된 산악회 기금만도 자그마치 1억에 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서화를 모으듯 한푼두푼 티끌같은 기금을 모아 1억이라는 태산을 이룬 것이다. 알뜰살뜰 모으고 수집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그를 당해낼 사람이 없을 것 같다.
65년 미원그룹 입사하여 96년9월 정년퇴임하고 70년 목포에 갔을 때 해목화랑에서 배동신작 배그림 '목포 삼학도' 6호그림을 하나 사면서 그림에 매료되었다. 그 뒤로 기회가 닿는 대로 고서화 수집에 매달렸다.
그동안 수집한 고서화 하나하나마다 작품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과 우여곡절이 숨어있다. 그의 인생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조선조말 비운의 정치 개혁가 흥선대원군(1820∼1898)이 중국에 끌려가 유폐되었을 때 측근들에게 극비리 보낸 친필 쪽지(밀지)도 소장하고 있다. 최씨가 수집하여 20여년째 소장중인 이 밀지는 지난 9월 처음으로 고미술 저널 창간호에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세로 25cm 가로 10cm정도 크기의 종이에 붓으로 쓴 이 밀지는 모두 16쪽으로 2∼6행까지 다양한 내용을 보이고 있어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원군 특유의 서체로 형식없이 내용만 쓴 이 쪽지들은 접고 또 접어서 몰래 숨겨 보내진 것으로 지금도 접은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 재집권한지 1개월만에 청나라에 끌려가 63∼66세까지 4년간 유폐되어 있는 동안 대원군이 보낸 이 밀서를 통해 당시 정황과 나라의 형편을 엿볼 수 있다.
암호문 같은 내용들로 가득 찬 이 쪽지들과 당시의 상황을 연결하면 대원군이 청나라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외교적인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조선시대 삽화의 걸작 중 걸작이며 우리나라 미술사 특히 판화와 조각사에 있어서 중요한 연구자료로 꼽히는 釋氏源流(석씨원류) 板本(판본)도 소장하고 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이 석씨원류는 뒷부분 版記(판기)에 도솔산선운사개판 이라고 선명히 찍혀있어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품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한편 현재 선운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석씨원류 목판각은 52매 104판이 지방유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되어 있다.
추사 김정희의 금강 반야경(金剛 般若經) 친필도 보관하고 있다. 1928년 3월 김구, 이시영 등과 한국독립당을 조직하여 1930년 임시정부 외무부장을 지낸 조소앙의 32×64cm 족자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그가 소장하고 있는 희귀품은 수없이 많다.
까마득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고서화 삼매경에 푹 빠져 지내는 그의 인생론과 고서화 사랑을 들어보기로 한다.
30여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둔 나는 훌훌 털고 멀리 여행을 나섰습니다. 해외로 나가보고, 때로는 아내와 함께, 때로는 나 혼자 차를 몰고 달렸습니다. 실 끊긴 풍선처럼 두둥실 떠다녔지만, 내 마음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가 없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더니 세상일이 다 이런 것인가, 허탈하고 원망스럽고 배신감마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러워 그 속절없는 분노감은 저절로 지워지더군요.
지금은 나와 함께 일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고맙기만 하고, 그들과의 아름다운 추억만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는 웬지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서해안 변산반도에 있는 격포로 달려갔지요. 처음 가보는 곳이 아닌데도 전혀 새로운 바다가 내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거기에는 모래와 조개 껍질만이 아니라, 숲이 우거지고 바위가 엎드려져 있음을 보았습니다. 소금기 적신 바람에 솔내음도 묻어 났습니다.
평소 세시간이면 족하던 격포가는 길이 여덟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차바퀴가 멈추고 쉬었다 가는 길이 이처럼 가볍고 즐거웠던 기억은 내 생애 처음입니다. 내가 모르고 있던 삶의 멋이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나는 직장생활 틈틈이 전국 구석구석을 돌며 취미 삼아 수집해온 서화를 꺼내어 먼지를 털었습니다. 선인들이 남긴 예술혼에 새 빛을 찾아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 주었습니다. 서울인사동 한복판에 마련한 공예가 사무실 공간이 바로 나의 우주입니다.
옛날 런던의 한 경매장에서 많은 물건들이 경매에 붙여졌습니다. 그 중에 낡은 바이올린이 한점 나왔습니다. 한 귀퉁이가 이지러진 바이올린을 보고 사람들은 수군대며 웃기만 하였습니다. "저 깨진 물건을 살 사람이 어디 있담. 한 실링이라도 받겠는가"
이때 한 노인이 " 나좀 봅시다"라고 말하며 나섰습니다. 보를 치켜든 노인이 악기를 힘껐 당겼습니다.
보잘것없는 악기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자 모두들 놀랐습니다. 그것은 만든지 2백년이 넘은 명기(名器) 스트라디바리우스였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바이올린은 단숨에 100파운드로 값이 뛰었습니다. 귀한 물건은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는 옛 서화를 사랑하는 데 있어 제일인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서화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구해 안목이 높은 주인을 만나게 해주고 싶습니다. 고예가를 찾아주세요.
〈미디어칸/김명수기자
www.people365.pe.kr
>
2001/12/31 08: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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