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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에 대한 단상
2006/04/14 00:00 입력 조회수 :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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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올핸 연초 부터 참 많은 비가 내린다.




겨울이 다가기 전 계절의 감각도 느끼기 전부터 주룩주룩 내리는 비때문에

가끔은 겨울속에서도 봄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땐 비가 좋아 빗소리를 들으며 밤새 잠 못들고 빗소리 속에서 아침을 맞으며

가슴속에 비워지지 않는 빗물을 가득 안고 살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사흘이

멀다 하고 내리는 비를 봐도 예전과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비도 내리는 모습에 따라 참 다양하고 예쁜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내리는 비의 이름이 다양한 걸 보면 비라도 다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먼지가 일지 않을 정도로 그저 조금 오다 마는 비는 '먼지잼'

좍좍 내리다 잠깐 그치지만 비가 더 올 듯한 기미가 보이는 비는 '웃비'

'작달비'는 장대비를 일컫고 .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 즉 집중호우에는 '모다기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예쁜 이름을 가진 "비"가 여우비가 아닐지..




여우비..




여우비는 이름 처럼 햇볕이 난 날에 잠깐씩 뿌리는비...

안개비 같기도 하고 이슬비 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흐린날이 아닌 햇살이 이는 날에

여우처럼 내리는 비를 여우비라고 한다.




벌써 며칠째 이렇게 비가 오락 가락 한다.




아직 장마가 시작되는 우기는 아니지만 올핸 장마기간도 다른해보다

많이 길고 비의 양도 많을거란 일기예보를 들으며 잠깐 걱정을 했던 생각이 난다.




우기가 시작되면 덩달아 고이기 시작하는 마음속의 빗물....

채 쏟아 내기도 전에 계속 고이기만 하는 빗물 때문에 가슴속에도

늘 우산을 쓰고 다녀야 했던 시간들...




참 많은 시간이 흐르고 더불어 세월이 쌓아준 연륜으로 다소 무디어 지기도 했지만

비가오면 애써 기억해 내지 않으려고 해도 풀지 않은 선물 상자처럼

숨겨놓은 추억의 상자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선다..




마치 삶이란 추억이 이끌어 가는 것인양.....




나는 오늘도 비가 끄집어 내어준 추억을 안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시제로 돌아간다.




잠깐 동안 MRI가 판독한 내 삶의 과거시제 속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걸을수 있었던 열여덟살의 내가 있었고

바닷가 창넓은 찻집에서 내리는 비에 젖어 있던 스물몇살의 내가 있고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를 서성이며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던 서른살의

내가 고스란히 남아 고인 빗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운영

 



2003년 0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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