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강의평가 공개 들쭉날쭉…신뢰도 '수준이하'
2012/12/10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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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과대학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2학기 한 강좌에서 담당교수가 학생들에게 높은 강의평가 점수를 조건으로 성적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해 이를 대학 학보사에 제보했다.

A씨는 "지난 학기 말에 교수가 강의평가 점수를 만점 가까이 주면 전체 학생의 성적을 한 단계씩 높여주겠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교수의 말을 듣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의평가 점수를 후하게 매겼다"고 주장했다.

18일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은 이에 대해 "교수가 학생 성적을 평가하기 전 강의평가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현 강의평가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대학원 수업 등을 제외하고 강의평가 결과가 거의 공개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학 강의평가는 1980년대 수업개선을 위해 몇몇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1996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실시하면서 강의평가를 평가항목에 포함시킨 후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강의평가의 목적은 다양하다. 우선 교수가 자신의 수업개선을 위해 강의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 또 대학에서는 교수들에 대한 업적을 평가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강의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수강신청시 교과목이나 교수를 선택하는데 기본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이 더 좋은 강의를 듣기위해 강의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강의평가를 공개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지난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강의평가제 실시현황'에 따르면 강의평가 결과를 전체 학생에게 공개하는 대학은 140개 대학 중 13곳에 불과했다.

동국대,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등 13개 대학이 강의평가를 전체 학생에게 공개했고 단국대, 숭실대, 성균관대 등 20개 대학이 해당 과목 수강생에게만 공개했다.

서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107개 대학은 평가결과가 교수에게만 통보되고 학생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강의평가 결과를 볼 수 없게 하면 강의평가 주체인 학생들도 평가를 무성의하게 할 수 있다"며 "강의평가제 도입 의도가 교수에 의한 일방적 학습에서 벗어나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나은 교육환경을 이루려는 취지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국대의 경우 2008년 2월 국내대학 최초로 강의평가를 공개했다. 당시 동국대는 2007학년도 2학기에 개설된 1941개 강의를 맡았던 교수 1049명에 대한 점수를 공개했다.

동국대의 강의평가 공개 이후 교수들의 '불만'과 학생들의 '만족'이 엇갈려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강의평가 공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동국대가 강의평가 공개 후 학생 137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강의평가 점수 공개에 적극 찬성한다는 학생이 53.9%, 대체로 찬성한다는 학생이 40.2%에 달해 94%가 넘는 학생이 강의평가에 찬성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강의 선택의 기본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강의평가의 공개를 반기는 반면 대학들은 강의평가의 신뢰도 문제 등을 들며 공개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교육의 질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강의 평가에 대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신뢰도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공개여부는 신중을 다해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 박상규 회장은 대학교육 정책포럼에서 "정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 교육의 질 부분도 반영해야 한다"며 "강의공개, 강의평가공개 등 교육의 공급과 수요자의 평가를 공개해 간접적으로 교육의 질을 평가하거나 각종 인증 도입 실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대학교 통계학과 한경수 교수와 우석대학교 심리학과 최숙희 교수는 논문을 통해 "현행 온라인 방식의 강의평가는 학생들이 정작 기대하는 수업개선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때문에 학기가 지날수록 무성의하게 응답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이 강의평가를 실시하는 최우선적인 목적은 수업개선"이라며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이 본래의 목적은 잊어버린 채 교수 업적을 평가하는 행정편의 위주의 강제적인 강의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만 무성의한 응답 비율을 줄이기 위한 개선방안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현행 강제적인 강의평가 실시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중간시험 무렵에 간단한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학기말 강의평가에서 중간 강의평가에 대한 피드백이 얼마나 이뤄졌는지에 관한 문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학기 중에 이뤄진 서술형 강의평가와 학기말 강의평가를 모두 공개해 학생들이 성실하게 응답할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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