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엿보기] (121) 성공은 머리와 노력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수학공식이 아니다.
2011/05/14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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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엿보기] (121) 성공은 머리와 노력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수학공식이 아니다.

50대 중반에 투자증권사를 명퇴하고 동종업계에 재입사한 사람을 만났다.

명퇴 일주일 만에 동종업계에서 임원으로 와달라는 요청을 두 번씩이나 받고 자리를 옮겨간 사람이다.

그는 1983년 국내 유수의 투자증권사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당시 그는 삼류대학 출신에 전공도 회사 업무와 무관한 화학으로 실력이 형편없고 스펙 또한 너무 초라했다.

공개채용으로 들어왔지만 사실은 낙하산이었다. 공채 형식을 빌려 그를 뽑아준 사장도 낙하산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입사 동기들과 달리 삼류대학 화학과 출신으로 들어온 그가 낙하산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가장 답답한 사람은 당사자였다.

그를 뽑아준 낙하산 사장도 금방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서 살아남는 건 순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실력이 부족하여 대리승진시험도 6번이나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못 생긴 소나무가 종족을 보존한다는 속설을 그가 증명해 보였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지 30년이 지난 지금 사내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그 한 명 뿐이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100% 자신의 능력이었다.

입사 초반 그가 근무하던 영업점은 서울 남대문 인근 삼성그룹 본사 2층에 있었다. 하루는 낯선 고객이 점포에 들어오더니 초짜 사원인 그의 앞가슴에 붙은 명찰을 보고 물었다.

“어디 이 씨요?”

“○○이 씨입니다.”

“무슨 파요?”

“○○파입니다.”

그러니까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고객이 반갑다면서 말했다.

“그럼 우리 종씨네요. 나이는 나보다 한참 젊지만 항렬은 나보다 높은 아저씨뻘이네요. 여기서 일가를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그럼 먼 친척이군요. 어르신! 저도 반갑습니다. 뭘 도와 드릴까요?”

그렇게 기적처럼 처음 만나 첫 대화를 나눈 그 중년의 고객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해준 결정적인 분이다. 그 분이 말했다.

“우리 문중에서 관리하는 산이 개발 이전되는 바람에 꽤 많은 보상금이 나왔어요. 단위가 커요.”

“얼마나요?”

“120억입니다. 그 돈을 몽땅 내가 관리합니다. 내가 그 돈을 우리 종친인 아저씨 지점 여기에 맡기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 날 이후 그는 하루아침에 사내에서 아주 귀하신 몸이 되었다.

대리시험에 6번 연속 미끄러진 그는 특채로 단숨에 대리 승진의 꿈을 이뤘다. 대리에 이어 과장승진도 특채로 되었다. 또 다른 인연은 우연히 찾아왔다.

우량 고객 중에 성격이 깐깐하면서도 상대하기 어려운 변호사가 있었다. 그날그날 돈을 투자증권사에 맡기는 변호사였다. 변호사가 전화를 하면 담당 과장이 변호사 사무실로 가서 돈과 통장을 받아와 처리하고 다시 통장을 갔다 줘야 했다.

번거롭고 귀찮은 그 업무를 전담해온 담당과장이 짜증이 났던지 신참인 그를 불러 앞으로는 ‘자네가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바로 그 일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이 될 줄이야.

변호사와의 첫 만남은 완전히 꼬였다. 첫 대면을 하던 날 변호사가 건네주는 수표 몇 장과 통장을 받아 가지고 와서 확인해 보니 0이 하나 빠졌다. 그 중에서 한 장이 200만 원이라면서 변호사가 건네준 수표를 화장실에서 다시 꺼내보니 20만원이었다.

그 즉시 변호사 사무실로 달려가 변호사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변호사가 두 눈으로 수표를 확인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럼 아까 그 자리서 확인하고 말을 했어야지.”

그렇게 인연을 맺은 그 변호사가 또 한 번 그의 은인이 되어 주었다.

그러한 해프닝이 벌어지고 얼마 후 부도로 청산절차에 들어간 ○○그룹의 자금 관리 업무를 그 변호사가 맡았다. 그 자금이 자그마치 100억대였다. 변호사가 관리하는 그 돈을 또 그에게 맡겼다. 그렇게 해서 그는 회사 내에서 뭉칫돈을 유치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복덩이 사원으로 선망의 대상이 됐다.

해마다 연말이면 모범 사원 표창을 도맡아 탔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겸손했다. 실력이 모자라고 인맥이 없으니 열심히 노력하는 길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상사로부터 인정받을 수밖에…. 게다가 운까지 따라주니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단 격이었다.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받은 사내 표창만 해도 10번이 넘는다.

IMF때도 건재했던 그에게 최대 위기가 닥친 건 2008년 겨울이었다. 몸담은 회사가 모 금융그룹에 흡수합병 당하면서 대량 감원 한파가 불어 닥쳤다. 1200명 전체사원 중에 200명 감원. 그 중에 그가 포함됐다.

명퇴 신청 대상 200명 중에서 그가 최고령자였다. 그를 포함한 2명만 50대이고 나머지는 모두 40대 이하였다. 그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생각으로 미련 없이 명퇴를 했다. 그때가 2008년 12월이었다.

그가 명퇴대상자라는 소식을 먼저 퇴직한 선배가 알았다. 같이 근무하다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동종업계 사장으로 간 그 선배로부터 명퇴 대상자 통보를 받은 날 저녁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영문도 모르고 만난 자리에서 선배로부터 자기회사 임원으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를 눈여겨본 선배의 제안을 받고 그는 명퇴 1주일 만에 동종업계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를 스카우트한 선배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도 회사를 나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명퇴했던 원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2008년 회사가 흡수 합병 당하면서 일괄 명퇴신청을 받을 때 형평성 때문에 붙잡지 못했다면서 다시 재입사 형식으로 임원으로 와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그는 또 한 번 다니던 회사를 2010년 12월28일 그만둔 지 정확히 1주일 만인 2011년 1월 4일 원래회사 임원으로 복귀하였다.

40대에 줄줄이 회사에서 쫓겨나는 냉엄한 현실에서 50대 후반에 화려하게 원대 복귀한 그의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대기만성이라고나 할까.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과는 크다. 그가 그랬다. 요즘 그가 움직이는 뭉칫돈이 500억이 넘는다. 그가 움직이면 그를 믿고 500억을 맡긴 고객들의 마음도 움직인다. 그를 투자증권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명절 때 우량고객들을 상대로 선물이나 금품 로비를 하지 않는다. 새해 인사차 고객을 만나면 재테크를 잘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월급쟁이가 무슨 돈이 있냐면서 고객들로부터 오히려 선물과 격려를 듬뿍 받고 온다고 한다. 그가 50대 후반에 명퇴한 회사에 임원으로 원대 복귀하여 지금도 절대적 신뢰를 받는 이유다.

그는 평소에 고객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고객 리스트를 수첩에 꼼꼼히 적어두었다가 애경사를 빠짐없이 챙기는가 하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축하 케이크나 책 에 20~30만 원짜리 상품권을 끼워 선물하곤 했다.

그를 인터뷰 하면서 필자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 성공은 머리와 노력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수학공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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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 김명수기자 www.peoplekorea.co.kr>

2011년 08월26일 14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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