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바람의 꽁트] (41) 그 사람 참 이상하다
2005/10/18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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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얼굴의 사나이. 양두구피. 어떤 사람을 평할때 가장 모욕적인 말중의 하나일것이다. 그러나 그어떤 말로도 그사람의 이중적인 성격을 설명하기에는 모자란다. 누구일까. 어느술자리. 옆자석에서 술에 취해 떠드는 말소리에 귀를 쫑긋 했다.



내가 아는 상사가 도마위에 올랐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사람이다. 들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악담이다. 내생각과는 크게 빗나간다. 그러나 말에 뼈가 있다. 아무래도 무슨 이유가 있지 싶어 아예 의자를 그쪽으로 바짝당겨 본격적으로 말을 듣기로 했다. 




나는 그분을 어떻게 생각하나. 너는 그분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안다구 할수 있나? 물론 마음속까지야 알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까지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회사의 상사이긴 했지만 오고가며 마주칠때 목례나 할정도였다. 직접 나하고 이해관계가 걸린것은 아니란 말이다.




나는 사람을 쉽게 믿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몇번 크게 속고 당해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을 쉽게 사귀지 못한다. 내성격이 그렇게 너그럽지 못하다는 것을 내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한번 믿으면 끝까지 그사람을 믿는다.




아엠에프 이후 샐러리맨들이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더욱 늘어났다. 그래서 요즘 샐러리맨들 술을 많이 마신다. 주로 속버리는 스타일. 안주는 거의 안먹고 소주나 생맥주를 마신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쌓인 피로와 앙금을 한잔 술에 털어 버리듯 마신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하지만 술이 들어가다 보면 있는 말 없는 말 생각없이 툭툭 털어놓는다.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이 그래서 있다. 상대방이 한마디 하면 그래 그래 나도 봤어 그사람 정말 웃기는 짜장면이야. 이런식으로 맞장구를 치고 서로 신이나서 한없이 도마위에 올려진 사람을 깔아 뭉개거나 치켜세우곤 한다. 지금 내가 술을 마시고 있는 옆자리도 심상치가 않다. 계속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제는 내가 굳이 목을 길게 빼지 않아도 귀에 들어온다.




"그사람 말이야. 인간이 아니야.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렇게 행동할수가 있어.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어이구 닭살돋아"




한사람이 입에 거품을 물면서 악평을 하고는 몸을 부르르 떤다. 그리고는 목이라도 축이려는 듯 맥주한컵을 단숨에 마셔버린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분과는 꽤 인연이 길다. 예전의 직장에서도 같이 있었다. 그리고 직장을 옮겨서 또 만났다. 내가 옮긴지 얼마안돼 그분을 우연히 사내에서 만났다. 키가 유난히 크고 몸이 유난히 가늘고 호리호리하다. 머리는 항상 단정하게 뒤로 빗어 넘긴다. 그래서 외모만 가지고도 쉽게 기억되는 분이다.




반가웠다. 그분도 직장을 옮겼다고 한다. 그래서 또 같은 회사에 다니게 된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분은 떠났다. 무슨 연유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는지는 내 알바 아니다. 다만 지금 그사람의 평이 내생각과는 판이하게 안좋게 났다는 것이다. 




그날은 그렇게 끝났다. 며칠이 지난후 또 다른 술자리. 나는 선후배 동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이런 저런 얘기끝에 또 사람이야기가 나왔다. 그날의 화두. 바로 그사람. 지난번에 옆자리에서 도마위에 올려놓고 침튀기며 떠들어대더니 오늘도 또다른 사람들이 그분을 성토하는 것이었다.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분을 겉으로만 안다. 나와 그분은 일로 엮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의 일하는 스타일이나 성격을 깊이있게 알수가 없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그분의 성격은 양반이다. 고분고분하고 항상 먼저 고개숙여 인사하는 스타일이다. 더더욱 그분에게 호감이 가는 이유는 까마득한 후배들한테도 항상 존대말을 쓴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면을 높게 샀었다. 속마음은 모른체. 그러나 오늘의 성토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같이 직접 일해본 파트의 구성원들이었다. 너무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얌전한체 하면서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길은 보통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업무능력이 다른 사원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출중해서 모든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사람은 미워도 일을 잘하기 때문에 인정받을수밖에 없다. 마이클조던과 함께 뛰던 시절의 리바운드왕 로드맨처럼.




또하나는 완전히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 이것도 무시할수 없는 출세 비결이다. 비록 주변으로부터 손가락질은 많이 받지만  어느회사를 가나 이런 부류는 쉽게 발견할수가 있다. 아래사람은 사정없이 밟아 뭉개고 윗사람한테는 손금이 닳아 없어질정도로 맹목적인 충성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분명히 출세를 한다. 어느정도까지는.




실제로 직장에서 상사들과 술을 먹다 보면은 한없이 시키는 대로 잘하고 충성하는데 미워할래야 미워할수가 없다는 말을 듣곤 한다. 일을 다소 못하더라도 타고난 아부스타일은 윗사람을 쉽게 감동시킬수 있다. 그것도 재주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출세하는 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니까.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이다.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그 상사가. 상사에겐 무조건 충성한다. 아랫사람에겐 무조건 밟는다. 한가지 특징은 소리없이 죽인다는 것이다.




가령 사무실이 쩌렁쩌렁할정도의 큰소리로 "개새끼 너 이걸 일이라고 했어. 이따위로 할려면 당장  때려치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분은 그렇지 않다. 귓속말로 소근소근한다. 마치 다른 사람들이 보면은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다정하게 주고받는 것처럼 보일정도다.




옆사람조차도 무슨말을 했는지 못알아 듣는다. 같은 말이라도 그러면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당신 내가 봐주려고 했는데 국장님께서 도저히 안된다는 것이야. 그래서 내가 아주 그일 무마시키고 당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해시키느라고 진땀뺐어. 그러니까 앞으로 잘해요. 알았습니까?"




심지어 자기가 일을 시켜놓고도 막상 그일이 문제가 되면은 뒤로 슬그머니 쓰윽 빠지면서도 이렇게 엉뚱하게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하직원이  무슨 일을 했는데 그일이 잘되어서 칭찬이라도 받으면 그분이 나서서 모든공은 자신에게 있다는 식으로 떠벌린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원들이 잘해서 표창을 받으면 그분이 받는다. 부원들은 죽어라고 일을 하고도 공의 과실은 그분이 따간다는 것이다. 나쁜것은 물론 부원들에게 인정사정 볼것없이 떠넘긴다는 것이다.  실력도 없으면서 사람만 피곤하게 잡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수학시험을 볼때 답을 알면 금방 풀고 나간다. 그러나 답을 모르면 아무리 시간을 잡고 앉아있어도 모를 뿐이다. 괜히 아까운 시간만 축낼뿐이다. 그분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저녁 7시에 퇴근시간인데도 자정이 넘도록 집에를 가지 않는다.




그래서 부하직원들은 덩달아서 가지도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다. 사무실 자리 오래지키고 있다고 업무능력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식으로 부하직원들의 진을 모두 빼놓는다.




윗사람들이 볼때는 대단히 열심히 일하는 분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게 항상 그런식으로 그분은 살아나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그분만의 노하우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부하직원들은 너무 피곤하고 죽을 맛이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밥만 먹으면 세월을 보내야 하는 회사에서 자기부서의 상사라는 분이 그런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면 그부서는 잘될리가 없다.




어찌된 이유인지 어느날 그분은 떠났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자리로 영전되었다. 그분만의 노하우가 빛을 발한것인지도 모른다. 그분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출세 하는 것도 가지가지이고 세상이치가 참으로 미묘하다고 생각한다.




김명수




수정일 2002년 12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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