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206) 거센 금연운동 열풍속 담배광고로 먹고 사는 ‘제레미 파월’
2004/02/18 00: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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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이사람](206) 거센 금연운동 열풍속 담배광고로 먹고 사는 ‘제레미 파월’
 

‘그레이월드와이드 코리아’(Grey Worldwide Korea) G2 이사 ‘제레미 파월’(Jeremy Powell)은 빡빡머리에 헐렁한 옷차림으로 인터뷰장소에 나타났다. 

▲     © 피플코리아
이사님이라는 직책으로 보나 신사의 나라 영국출신이라는 점으로 보나 중후하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정장스타일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막연한 상상력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하지만 서툰 우리말로 "안뇽하써여"를 외치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첫인상은 좋았다.  

그레이월드와이드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광고회사로 BAT, P&G 등 세계적 회사의 광고대행을 하고 있다. 그레이월드와이드 안에는 G2를 비롯한 여러개의 독립법인이 있는데, 각 나라마다 G2에서 광고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월 이사를 주축으로 그일을 하고 있다.

그는 2000년 11월 그레이월드와이드 코리아에 왔다. 한국에 오면서 'BAT'의 메인브랜드인 던힐(DUNHILL)을 맡았으니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BAT(British American Tobacco)는 그 유명한 던힐을 생산하는 세계적 담배회사다.

던힐의 국내판매 신장에는 파월이사의 공이 절대적으로 컸다. 그가 던힐을 맡으면서 던힐의 소비자 인지도가 껑충 뛰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양담배시장에서 던힐을 판매율 1위로 끌어올렸다.

파월이사는 제품보다는 BAT의 던힐이라는 브랜드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금연열풍이 거세게 부는 한국은 담배에 대한 광고규제가 강한 나라지만 오히려 그것이 던힐 브랜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찬스가 되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레이월드와이드 코리아 G2는 4대매체 광고 이외에도 프로모션, 리서치, 이벤트, 스폰서십 등을 통해서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다이렉트 마케팅을 많이 한다. 파월 이사는 단순한 TV 광고보다는 오히려 브랜드의 경험적인 측면(Brand Experience)에서 볼 때 이벤트 등을 통한 직접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던힐에서 단순히 광고하나만 봤을 때는 작은 파트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활동이 함께 이루어지고 믹서가 되어서 전달이 돼야 광고의 시너지효과도 그만큼 커진다고 본다.

담배를 피우지 말자는 금연열풍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거꾸로 양담배를 많이 팔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파월 이사는 정작 비흡연자. 담배광고를 하는 광고인이 담배를 안피우는 것이 애연가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담배를 피우고 안피우고는 개인 취향에 따른 선택일 뿐이라고 그는 분명히 말한다.

광고업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파월 이사는 제작(Creative)파트에서 일하다가 AE로 전환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광고주 서비스에 대해 완벽한 이해가 가능한 분이라고 옆에서 귀띔한다.

파월이사는 일을 위해서라면 세계 어디라도 간다. 같은 영국인이면서 대학동창인 아내도 한곳에 머물러 사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즐기는 스타일로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어디라도 간다.

한국에 살면서 교통이 좀 불편하지만 다른 건 문제가 없단다. 김대중대통령에게 서울의 심각한 교통문제를 해결하라고 부탁좀 해주기 바란다고 농담삼아 한마디 던진다. 4계절이 뚜렷한 날씨가 마음에 들고 특히 겨울이 좋다고 한다. 영국은 거의 매일 비가 오는데 한국은 길어봤자 두달 정도라 비가와도 좋단다.

한국체질. 식성도 한국식으로 완전히 변했다. 라면은 물론, 김치, 된장찌개, 삼겹살, 쌈밥 등 한국에서 한국인이 먹는 우리 토종 음식을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64년 웨일즈 출생으로 대학에서 3D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영국의 소비자 조사회사 '아이디매가신'(ID MAGASIN)에 들어간지 3년만에 경제공황이 생기는 바람에 아시아로 나오게 되었다. 그때가 95년. 다국적 광고회사 '디엠비엔비'(DMB&B)와 '리오버넷'(Leo Burnett) 홍콩지점을 거쳐 '오길비앤마더'(Ogilvy&Mather) 베트남지점에서 근무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레이월드와이드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아시아 각국을 돌면서 근무한 회사는 모두 세계랭킹 15위안에 드는 다국적 광고회사였다. 다국적 광고회사 근무경력을 모두 합치면 11년째로 줄곧 담배광고만 맡았다.

그는 오길비앤마더 베트남지점 근무 당시 3개회사에서 동시에 와달라는 스카웃 제의를 받고 그레이월드와이드 코리아를 택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 동안 쌓아온 담배광고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신기하게도 먼저 한번 방문해본 적이 있는 회사로 갔다. 한국도 마찬가지. 리오버넷에서 일할 때 한국으로 출장을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을 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마음속에 인상깊은 추억으로 남아있던 이곳, 그레이월드와이드 코리아에 왔다.

한국에 올 때 생후 1개월이던 아들은 이제 18개월이 되었고 지금은 둘째 아이가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

쳐다보지 않으려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그의 헤어스타일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빡빡머리에 얽힌 사연이 있지 싶어 몇 번을 망설인 끝에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홍콩에서 머리하러 갔다가 마음에 안 들어 집에 와서 직접 깎다 보니 빡빡머리 스타일이 되었다. 깎고 보니 시원하고 좋아서 그 이후로는 계속 빡빡머리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던힐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BAT는 잘 모르는데 앞으로는 던힐 브랜드를 기반으로 BAT 광고도 크게 하겠다고 한다.

한국은 고전적이면서도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흥미로운 나라라고 말하는 파월 이사. 지갑속에 들어있는 가족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끝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7월이면 태어나는데 산모도, 아이도 건강하고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갑속에 고이 간직한 그의 가족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이사람 정말로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신나고 즐겁게 한국생활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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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2/04/22 09: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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