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이사람] (147) 약초에 묻혀사는 고향지킴이 이기범
자연에 파묻혀 살면서 약초 재배로 돈도 벌고 농촌 경제도 살리는 사람이 있다. 이기범(55)이 바로 그 사람이다.

"곰도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 모험은 해야 한다, 미친놈이 되어라". 자신의 인생체험담을 쓴 '두충재배기술'에서 그가 세상사람들에게 외치는 말이다. 약초재배로 성공한 그의 인생철학이 그 말속에 녹아 있다.
기자가 만난 그의 첫인상은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곰'이었다. 마곡사 근처에서 태어나 5대째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는 공주 토박이.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사운을 걸고 신약을 개발하듯 그는 새로운 약초재배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약초재배 전문가. 두충, 감초, 작두콩, 지구자 등 재배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그는 이 분야의 일인자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성공한 약초재배를 이웃에 보급시켜 농가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고 재학시절 산수유 20주를 심으면 부모 도움 안 받고도 장가갈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땅에 미치게 되었다.
"산에서도 쌀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겨울산을 개간하고 밤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밤나무의 왕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피나는 노력 끝에 밤 씨눈을 직접 접목하는 새로운 작물재배기술을 스스로 터득했다. 하늘을 얻은 기분이었다.
공주가 전국에서 알아주는 밤나무 단지로 자리를 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돈도 많이 벌고 땅도 많이 샀다. 그러나 부모님은 안정된 직장 때려 치고 사서 고생하는 아들걱정에 밤잠을 못 주무셨다.
‘농사는 머리로 짓는다'는 글귀를 방문에 써 붙이고 늘 새로운 각오로 도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그토록 애지중지 가꿔 놓은 밤나무를 자신의 손으로 모두 베어 버리고 그 자리에 두충나무를 심는 모험을 한다.
인간의 병과 직접 관련이 있는 약초를 재배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곰'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두충에 관해 연구하고 왜 두충을 못 심는가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고혈압, 간질환, 신장기능, 임산부 산전 산후보약, 강장제, 요통 등에 좋다는 것을 입증하고 재배기술을 널리 알리는데 필요한 책도 만들었다.
그는 작두콩과 감초 재배를 국내 최초로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작두콩이 없어서 길림성 김춘섭 당서기가 직접 그를 방문하여 재배 기술을 배워가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올해 중국을 초청 방문할 예정이란다.
그는 지금 호깨나무 약재로 간염이나 지방간에 좋다는 지구자환에 이어 특효약 개발에 심취해 있다.
자신도 술을 좋아하여 턱 아래 피부가 까맣게 탔으나 지구자를 먹고 나서 좋아진 후 알콜 해독약을 개발하기로 했다. 간암에는 호깨나무가 가장 효능이 있고 다음은 웅담, 사향순이라고 설명한다.
관절염에 좋다는 작두콩 뿌리는 두통환자에게도 특효약이라며 "열 사람이 먹으면 열 한사람이 낫는다"는 그의 말에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약방에 감초. 삼척동자도 다 아는 그 감초가 대부분 중국산이란다. 한약재로 6천톤을 수입하여 연간 110억원이라는 외화를 낭비하였다는 그의 설명이다.
그가 감초의 종자를 수입하여 우리 나라 토양에 맞게 재배하는데 성공하였다. 약효를 인정받아 생약업계에서는 권위자로 현재 대학 교수를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또한 전국 농촌지도소를 돌며 재배 기술을 널리 알리고 묘목을 보급하기도 한다. 그런 업적으로 특용작물부문 제3회 농어촌 발전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농업후계자들을 위한 강의는 물론이고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한 노력도 10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다.
또한 ‘도덕성회복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도 직접 만들어 관공서에 무료 배포해 주기도 하였다.
그는 자신이 성공한 분야의 약초 기술을 널리 알리고 나무를 보급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란 탓이다.
한국전쟁 때 피난온 사람들에게 식량을 퍼주고 그들을 돌봐주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그는 '나도 크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 박난옥(55)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고등학교 때 어느 잡지사에 '고급실업자를 만들어 내는 농민들'이란 글을 보내 당선되었는데 이를 읽은 여학생들이 전국에서 편지를 보내왔다.
그 중에서 가장 정성을 들여 편지를 보내온 여학생을 찜하게 되었다.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친구들과 충북 속리산 근처로 신비의 여인을 만나러 갔다. 소녀의 집을 방문한 소년 이기범은 방안에 가득한 상장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모범생임을 확신한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붙들었다. 그렇게 만나 결혼하여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주길 바라지만 둘 다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하나는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살려 절에서 단청을 그리고 있고 또 하나는 세계 경영을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유학 가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식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기쁘다.
그의 특별한 자녀교육법을 공개한다. 어렸을 때부터 출입문 옆에 기록장을 두고 외출하면 반드시 외출 장소와 시간을 적도록 하였다.
그래서 부모가 걱정하지 않도록 했으며 또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약속은 보이지 않는 재산이라며 약속을 지킴으로써 시간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켰다.
어린 나무를 정성 들여 키워야 후에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정교육에 있어서도 어렸을 때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면서도 10여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온 덕분에 젊은이들과 팔씨름을 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
앞으로 누구라도 와서 기술을 배우고 약초도 심고 가꿀 수 있는 약초 교육장을 만들고 있다. 교육장이 완성되면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우리 나라 약초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고 자손들에게 당당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고향지킴이.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의 얼굴에서 햇살처럼 환하게 피어나는 웃음꽃이 보기 좋다.
* 이 기사는 피플코리아의 허락 없이 그 어떠한 경우에도 무단 전재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피플코리아에 실리는 모든 기사의 저작권은 오직 피플코리아에 있습니다. 〈피플코리아/김명수기자
www.pkorea.co.kr〉
2001/04/02 10:11:34
피플코리아 홈으로 바로가기 ☞ 클릭이사람 명단 1~345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