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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책밭]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
2006/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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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누/샘터<br> <BR>저자의 기행산문집에서 풍경은 보조장치일 뿐이다. 그의 사진과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공간은 간 데 없다. 그는 독자들을 깊은 사유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며, 거기서 우리는 우리의 내면과 만난다. 그의 글은 때로 삶의 반성이고, 회의이며, 관조다. 이 책은 저자가 변산을 중심으로 전라북도 부안 일대를 몇개로 쪼개 탐문한 기록이다. 곰소 염전, 곰소 포구, 줄포, 모항, 직소폭포 일대를 담은 그의 사진은 외로움 투성이다. 사진 속 풍경은 부산하고 떠들썩했던 과거의 흔적만 기억하고 있다.<br> <BR>바다에 박혀 있는 키 큰 나무말뚝에는 머문 세월만큼 따개비가 가득 달라붙어 있다. 이것은 사람의 형상 같기도 하다. 말뚝의 시선이 항상 바다를 향하고 있어서일까. 저자는 순간 자식 넷을 모두 바다에 수장한 뒤 실성해버린 구포댁의 멍울진 가슴을 떠올린다. 주인 떠난 염전의 집과, 더 이상 바다로 가지 못하는 낡은 배들은 많은 얘기를 낳는다. 개펄이 무채색의 등짝을 드러낸 어느날 저녁의 포구도 저자에겐 상념의 공간이다. 사람과 고기가 들끓던 포구는 이제 적요 속에 잠겨 있지만 퇴락한 풍경에도 생명의 힘은 발견된다.<br> <BR>“비 내려 한갓진 풍경은 비록 우연히 만나 새로 사귀기는 했지만 나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며 오래 묵은 벗과 같이 되었으니, 상처가 아름답게 아물면 꽃이 되기도 하는 것인가 봅니다.”<br> <BR>내소사, 청련암, 원효방에 들러 풀어놓는 사색은 범부를 위한 법문 같다. 1만2천원.<br> <BR>〈경향신문 조장래기자〉<br> <br> 2004년 04월 30일 17:11:46<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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