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라는 이름으로 제296호> 친정 엄마... - 대한민국 대표 인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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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

2006/09/05 00:00 입력

10월과 12월의 아주 크고 의미있는 달 사이에 있어선지  드러나지 않게 숨어있던 11월도 가버렸다... 11월이 남기고 간 황량한 들판과 쓸쓸하게 딩구는 낙엽을 12월은 아무 불평없이 가슴에 쓸어 담는다.... 얼마전부터  김장배추와 무를 쌓아놓고 팔고있는 시장 모퉁이와 절여놓은 배추를 판매하는 마트의 김장코너가  자주 눈에 띄었는데 어제, 오늘은  부쩍 공동으로 김장을 담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너편 청사내에도 이른 아침부터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하는 주부들이 녹색앞치마를  두르고 맛깔스런 배추 속을 잘 절여진 배추 속속이 넣는 모습이 푸근하게 보여진다. 그렇게 담근 김장은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나 경로당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나누어 먹는 훈훈한 모습들..... 혼자서 몇포기씩 담는 김치보다는 여럿이 모여 서로 힘을 합쳐 김장을 담그는 모습이 우리네의 인정이 느껴져서 훨씬 보기가 좋다. 그렇게 김치를 담그고 나서 갓 버무린 배추속을 돌돌 말아 잘 삶아진 보쌈과 동태찌개를 놓고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김장 담는날의 정겨운 품앗이 풍경일 것 같다..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혼자서 육남매의 김장을 모두 담느라 김장을 하고 나면 몸살이 나버리는 친정엄마는 올해도 자식들의 겨울을 위해 또 김장을 담갔으니 가져다 먹으라고 연락을 하셨다.. 매년 김장하시느라 고생을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안스럽고 속이 상해 작년에도 각자 알아서 김장을 할테니 자식들 김장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그새 잊으셨는지 올해 또 김장을 하신 것이다. 김장을 하는날 가서 도와 드리기 라도 할 수 있다면 덜 속이 상한데 그럴 형편이 안되면서 엄마가 힘들게 김장을 하시는걸 보면 정말 너무 속이 상한다.. 일흔이 넘은 엄마가 담아 놓은 김장을 얌체없이 입만 가져다가 먹게 되는 자식들도 속상하고 하지 말라고 해도 자식들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 할수 있을때까진 하겠다는 엄마를 생각해도 여전히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다.. 왜 친정엄마는 자식을 결혼시키고 나서도 끊임없이 엄마 역할을 해야만 하는것인지?... 김장철이 되면 엄마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요즘처럼 살기 좋은 세상에 김장 김치 쯤 사서 먹는다고 해서 무슨 큰일이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꼭 당신이 해서 자식들에게 먹이려고 하는 부모의 마음을 , 맨손으로 버무리는 배추 때문에 며칠동안 손이 아리고 손톱 끝에 봉숭아 물처럼 물이 들은 고춧가루 물이 빠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김장을 먹는 자식들은 그런 엄마의 손을 생각이나 할 수 있을지... 딸을 출가시킨 친정엄마로 살아 가는 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겨운 것인지 김장때가 되면 깨달아진다. 나도 우리 딸애를 시집보내면 우리 엄마 처럼 해마다 장담가주고 고추장 담아주고 김장해주는 그런 친정엄마가 될수 있을런지.... 자운영 2003년 12월 02일

[ 피플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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