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꿈이 없는 인생은 죽은 목숨과 같다고도 하지요. 너무나 자주 들어온 말이기에 그냥 흘려버리기 쉽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삭막합니다.
만일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가 거친 파도에 부딪쳐 난파선이 되어 표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장미빛 같은 꿈은 사라지고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절망감에 어디로 가야할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지요.
그러나 관광선에 올라 쪽빛바다를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의 마음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에 들떠 설레임과 기다림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도달해야 할 목표를 향해 신나게 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목표에 도달해서 해야할 일들이 마음속에 그득하게 떠올라 상상만 해도 신이 날 것입니다.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서도 영원히 안기고 싶은 어머니의 품도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간직하는 꿈이지요. 여자가 아닌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범접할수 없는 위대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부인할수 없을 것입니다.
절박하고 위험한 일이나 돌발적인 상황에 처해있을때 얼떨결에 나오는 첫말은 절대자가 아니면 어머니가 아닙니까? 그런 어머니가 우리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있기에 우리는 용기와 힘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어려서는 누구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어머니의 젖을 빨아먹는 것이 최대의 희망이요 꿈이었지요. 그러나 커가면서 어머니는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고 나이가 더 들어 어머니의 품을 떠나면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채 평생을 살아가지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세상에 안계신다 해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정신적인 어머니가 영원히 살아계신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세상에 절망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고 봅니다. 내가 무기수가 되어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산다해도 절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특사로 풀려날수도 있을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만약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라면 입장은 달라질것입니다. 사형선고를 받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하룻밤 자고나니 검은 머리가 하얀백발로 변해버렸다는 어느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영원히 이세상에서는 살 가능성마져 살아져 버렸기 때문에 그야말로 눈앞의 캄캄절벽이니까요.
우리에게 용기와 살아갈 힘을 주는 꿈.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자신도 모르게 의욕이 샘물처럼 솟아나지 않습니까. 자신이 노력해서 이룰수 있는 꿈이 있으니까요. 그렇게 우리는 꿈을 꾸고 꿈을 이루려 노력하면서 인생을 살아가지요.
그러나 우리가 이루어야 할 꿈은 허황된 꿈이 아니라 우리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내야 값지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도 하지 않고 저절로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다보면 욕심이 생기고 허욕이 생기고 과욕이 됩니다.
더 나아가서 한탕주의로 빠져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황금만능이나 물질만능풍조에 빠져 이성을 잃고 남의 재물이 탐이 나 결국에는 강절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유가 너무 비약적이지만 재벌 부친의 묘소 유골까지 파헤쳐 금품을 요구한 극단적인 범죄까지 발생한 것을 보면 노력없이 쉽게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섬뜩한 발상인지 생각만 해도 새삼 치가 떨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력도 없이 저절로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범죄행위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요. 막말로 저는 부자가 되는것도 싫습니다. 만약에 나한테 하루아침에 복권이라도 당첨되어 10억원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면 저는 아마 제명대로 못살것입니다.
그돈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잘것이고 어떻게 써야 하나 혹시 도둑은 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병이 날것은 뻔하거든요. 차라리 큰돈없이 하루하루를 힘들고 어렵게 살지라도 적당히 고민 걱정 해가면서 지금처럼 사는 것이 내게는 작은 행복이고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대통령도 싫습니다. 만약 나보고 대통령이 되라고 등떠민다 해도 나는 못합니다. 아니 안합니다. 왜냐구요?. 내가 하기 싫으니까요. 옛말에 평양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안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맡는 각자의 꿈이 있다는 것입니다.
농부는 농부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환경미화원은 환경미화원대로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목표한 꿈을 이루면 흔한말로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려서부터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살아왔다는 김영삼씨는 결국 대통령이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었으니까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수 있습니까?.
결국은 나라경제를 망친 IMF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평생 지울수 없게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대통령 재임 초기시절엔 모든 국민들의 우상이었지요. 언론들도 툭하면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앞다투어 보도할땐 정말 대한민국의 영원한 '지존'이었습니다.
결국 대통령이라는 꿈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김영삼전대통령을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가지 교훈을 얻고 싶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꾸는 꿈은 그렇게 거창한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꼭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해야만 좋고 훌륭한 꿈이라는 것은 확실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야 겠지요.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대통령이 되고싶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신의 큰 꿈을 이룬 역대 대통령들이 하나같이 비운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습니다. 옛날의 초등학생 시절이 생각납니다. 너의 꿈이 뭐냐고 말한다면 두말없이 대통령이라고 외쳤던 초등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대통령은 어린아이들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이 아니라 나라의 환란을 부른 인물이거나 군사 독재 정권을 휘둘렀거나 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불행한 인생들인 것입니다. 한나라의 최고지도자를 지낸 분들이 하나같이 이런 꼴 이런 모습이니 슬픈 일이지요.
우리는 우리의 꿈도 우리에게 눈높이를 맞출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허황되고 거창한 꿈보다는 자신이 목표해서 이룰수 있는 꿈을 꾸도록 말입니다. 작지만 소중한 꿈.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래서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거야 말로 소박한 꿈을 이룬 진짜 성공한 사람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농부는 농부로써 살아가는 것이 성공한 것이고 저같은 샐러리맨은 샐러리맨으로써 내 소임을 다하면 그것이 바로 성공한 삶이요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현실에 별다른 이유없이 습관적으로 불만을 품거나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눈을 항상 다른 곳으로 돌리다보면 그런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의 서있는 현재위치에서 적응못하고 자리잡지 못하면 다른 자리에서는 더욱 자리잡고 정착하고 인정받기는 더욱 힘들어 질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쩔수 없이 구조조정이다 정리해고다 하여 집단으로 내몰리기도 하는 마당에 자기자신의 주어진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으로 알지 못하고 불평하면 그거야 말로 자신의 양손에 먹을 떡 움켜쥐고 떡달라는 것과 다름없는 불행이고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쉬운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진정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될 때 우리사회는 살맛나는 세상이 될것입니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농부는 농부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환경미화원은 환경미화원대로 모두가 자기몫이 있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에게는 어느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최고이고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내가 아니면 이 자리는 지킬수 없다는 신념으로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 이것보다 더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사회는 없다고 봅니다. 모든사람들이 하나하나가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서는 자신이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사람들이고 성공한 사회인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더욱 원대한 꿈을 이루진 못했다 하더라도 그꿈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잃거나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 나가는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답고 값진 삶입니까. 이것이 성공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소박한 우리 소시민들이 현실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바로 아름답고 소중한 삶인 것입니다.
이젠 정치도 달라질때가 왔다고 봅니다. 그런 소박한 국민들이 진정한 나라의 주인이 되고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진정한 대변자가 되고 봉사자가 되어 민생의 정치를 펼쳐야 할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2천년에 우리모두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전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하여 환란이니 실직이니 하며 서민을 울리고 서민을 고통받게 하는 사회는 더 이상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이 뭘원하고 뭘바라는 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그런 정치를 국민들은 원합니다.
누런 들판에서 가을걷이 하는 농부가 부럽다는 전직대통령의 말이 생각납니다. 과연 그말속에 얼마나 진실이 담겼을지 모르지만 진짜로 대통령이 농부를 부러워할수도 있는 귀천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꿈을 이루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땀흘리며 살아가는 세상. 아름답지 않습니까.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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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3년 08월19일